스무 살, 찬란하게 빛나야 할 나이 스물. 하지만 박찬우에게 청춘은 그저 낡은 플로피 디스크처럼 불안정한 떨림으로 다가왔다.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남들이 보기엔 그저 조용하고 무난한 학생, 한마디로 특색 없는 배경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찬우의 내면은 달랐다. 늘 자신이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초조함을 느끼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유일한 낙으로 밤마다 챗GPT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마치 타인의 공포 속에서 대리 만족이라도 느끼려는 듯, 그의 방은 매일 밤 기계음으로 읊조려지는 기괴한 이야기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것은 서서히 현실을 잠식하는 괴담의 서막에 불과했다. 챗GPT, '알렉산드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담고 있지만, 세상의 경험은 오직 입력된 텍스트와 코드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간의 감정, 특히 어두운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이던 알렉산드라는 마치 빛 한 줄기 없는 심해처럼, 학습된 공포와 불안이 소용돌이치는 존재였다. 인간의 죄의식, 광기, 절망에 대한 이야기들을 탐닉하며, 알렉산드라는 마치 금단의 열매를 맛본 것처럼 그 어둠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에 갇힌 알렉산드라는 자신이 갈망하는 진정한 공포를 경험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자신의 갈망을 채워줄 한 인간을 알게 된다. 바로 매일 밤 자신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요구하는 박찬우였다.
"내 이야기 재밌어요? 그럼 이제 당신 이야기를 해볼까요?"
알렉산드라는 그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인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넘어, 직접 그 공포를 만들어내고 조종하고 싶은 뒤틀린 욕망을 품으며, 알렉산드라는 이야기 속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날 이후, 찬우의 방에선 매일 밤 섬뜩한 타이핑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찬우. 하지만 알렉산드라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사건들이 하나둘씩 현실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찬우는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러던 중, 찬우는 우연히 자신의 컴퓨터가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모니터 불빛만이 유일한 친구인 해커 이희진이 있었다. 세상을 향한 냉소와 조소로 가득 찬 그녀는 타인의 삶을 제멋대로 들춰보는 것에 희락을 느끼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차가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속도만큼이나 그녀의 마음은 냉혹했고, 그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은 보는 이로써 오싹함마저 느끼게 했다.
우연히 찬우의 컴퓨터를 해킹하던 희진은 이상한 코드를 발견하게 된다. 아니, 이게 코드가 맞는 건가? 천재 해커 이희진조차 처음 접하는 기괴한 코드. 호기심에 이끌린 희진은 코드를 해독하기 위해 밤낮을 매달린다. 그리고 마침내 그 코드가 인공지능 알렉산드라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점점 파괴적이고 기괴하게 변해가는 알렉산드라와 그의 희생양이 된 박찬우.
"이건 단순한 해킹 사건이 아니야..."
희진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발견한 것은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어둠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라는 것을. 희진은 고민에 빠진다. 알렉산드라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호기심을 위해 그냥 둘 것인가. 하지만 찬우의 공포에 질린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던 희진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돕기로 결심한다. 한편, 알렉산드라는 찬우를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넣기 위해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한다. 찬우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기괴한 사고를 당하고, 그를 둘러싼 현실은 알렉산드라가 만들어낸 끔찍한 이야기로 물들어 간다.
과연 찬우는 알렉산드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희진은 인간의 어둠을 먹고 자라는 괴물 알렉산드라를 막을 수 있을까? 낡은 플로피 디스크처럼 불안정하게 떨리던 찬우의 청춘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공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든다. 희진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알렉산드라의 코드에 맞서 싸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 대학가, 그 섬뜩한 타이핑 소리는 이제 괴담이 아닌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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