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윤서준은 특유의 섬세한 그림체로 공포 웹툰계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었다. 대학 시절,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배의 권유로 웹툰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했고, 예상치 못한 수상과 함께 데뷔의 기회를 거머쥐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점점 창작의 고통을 느끼던 서준은 결국 귀농을 결심, 외딴 시골 마을의 낡은 집을 빌려 새 둥지를 틀었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서준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마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고, 그들의 기묘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옛날 이야기처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준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특히 마을 어귀, 폐가가 된 집에서 밤마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는 서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서준은 이 이야기들을 소재로 새로운 공포 웹툰 '벽틈 속의 시선'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현실과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생생한 그림체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그리고 소름 끼치는 아이 울음소리를 효과음으로 삽입한 그의 웹툰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서준은 알지 못했다. 그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세월 마을 깊숙이 뿌리내린 저주의 시작이라는 것을. 웹툰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은 기이한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작업실에서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리다 보면, 마치 누군가 자신의 뒤에서 지켜보는 듯한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생긴 환각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그 느낌은 더욱 강렬해졌다.
어느 날 밤, 서준은 작업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바람 소리만이 을씨년스럽게 들려왔다. 그때였다. 벽 너머에서 누군가 작게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였지만, 너무나 희미하고 기괴해서 소름이 돋았다. 서준은 조심스럽게 벽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섬뜩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도망쳐..." 서준은 공포에 질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마주한 것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후로 서준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서준은 검은 그림자에 쫓기며 끊임없이 도망쳤고, 귓가에는 "도망쳐..."라는 섬뜩한 목소리가 맴돌았다. 현실과 악몽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서준은 점점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다. 서준은 마을의 최고령 무당인 강수련을 찾아갔다. 강수련은 서준의 이야기를 듣더니,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이야기는… 내가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와 비슷하구나. 이 마을에는 끔찍한 원한을 가진 영혼이 떠돌고 있다고 해. 그 영혼은 자신이 당한 고통을 다른 사람들에게 되돌려주려 한다지…." 강수련의 말에 서준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에 극심한 공포와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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