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는 새벽 다섯 시 열차를 타고 금사단을 떠날 생각으로, 객차 바닥판 아래에 숨겨 둔 은화를 태엽인형의 갈라진 몸통에서 꺼내 확인한다. 그때 인형의 태엽 소리에 맞춰 바닥 아래에서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연화가 판자를 들추자 도윤이 톱밥과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채 웅크려 있다. 도윤은 하진묵의 칼집에 묶인 붉은 실을 보고 병사들이 자신을 데리러 온 줄 알았다며, 아버지가 또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숨었다고 말한다. 연화는 아이를 객차 밖으로 내보내려 하지만, 도윤은 인형을 품고 그녀의 외줄사다리를 붙든다. 그 짧은 실랑이 동안 눈 녹은 물이 바닥 틈으로 떨어지고, 객차 아래에 남은 작은 장화 자국이 병사들의 등불 앞에 선명해진다.
하진묵은 그 자국을 따라 연화의 객차 문을 발로 차 연다. 그는 연화의 절뚝이는 왼발과 젖은 붕대를 훑어본 뒤, 장부에 “도주 보조자”라고 적으려 한다. 맹치복은 병사들 앞에서 연화의 손목을 밧줄로 묶는다. 연화가 어린 시절부터 그의 천막에서 줄을 탔다는 사실 때문에, 치복은 누구보다 그녀가 아이를 해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단원들의 침상과 식량을 지키려면 의심하는 척해야 한다. 그는 연화에게 도윤을 내놓으면 다음 정차역에서 내보내 주겠다고 속삭인다. 연화는 대답 대신 태엽인형을 손에 쥐고, 인형 속 은화가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떠날 돈과 아이의 숨소리가 같은 손안에 있다.
서말금은 수색이 천막 쪽으로 번지기 전, 난로에 석탄을 과하게 넣어 객차 안을 연기로 채운다. 병사들이 기침하며 창문을 열자, 그는 연화에게 화물칸의 잠긴 연결문을 가리킨다. 그 문 너머에는 새벽 기관차에 붙을 빈 화차가 있지만, 열쇠와 석탄표가 군벌 손에 넘어가면 금사단의 객차는 난방도 없이 압류된다. 말금은 연화에게 도윤을 넘기라고 말한다. 입술이 굳은 채로 한 말이지만, 곧이어 밧줄을 풀 칼을 연화의 발치에 떨어뜨린다. 연화는 칼날로 손목을 긁어 밧줄을 끊고, 도윤을 톱밥 자루 사이에 눕힌 채 화물칸으로 기어간다. 그 대가로 그녀의 숨겨 둔 은화 몇 닢이 바닥에 흩어지고, 병사들은 그것을 발견해 도주 준비의 증거로 삼는다.
하진묵은 연화가 화물칸으로 향한 것을 알고도 즉시 총을 쏘지 않는다. 도윤이 자신의 칼집에서 늘어진 붉은 실을 보고 울었다는 기억이 그를 붙든다. 그 실은 지난달 검문 중 죽은 자기 조카의 장화끈에서 잘라 낸 것이었다. 그러나 뒤에서 들려오는 상관의 호각과, 사람 하나를 못 찾으면 보급대의 얼어붙은 길로 쫓겨날 자신의 처지가 그를 다시 움직인다. 그는 맹치복에게 줄사다리를 내놓으라고 명령하고, 치복은 떨리는 손으로 연화의 사다리를 건넨다. 병사들은 천막 중앙의 외줄을 따라 객차 지붕으로 올라가 화물칸 지붕을 포위한다.
연화는 도윤을 데리고 화물칸의 석탄 더미를 넘다가 왼발을 헛디딘다. 붕대가 풀리며 피가 검은 석탄가루에 번진다. 도윤은 자기 주머니에서 주워 모은 못과 단추를 꺼내, 객차 바닥의 헐거운 판자 틈에 하나씩 끼운다. 기어 다니며 익힌 손놀림으로 판자를 눌러 고정하자, 병사들이 밟은 지붕 위의 소리가 잠시 멀어진다. 도윤은 아버지에게 자신이 연화에게 끌려갔다고 말하겠다고 한다. 연화는 그 거짓말로는 아무도 살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아이는 처음으로 아버지가 아니라 연화의 눈을 보고 “아버지가 나를 찾으면, 아버지도 누군가를 내줘야 하잖아”라고 답한다.
맹치복은 객차 지붕 위에서 하진묵과 마주 선다. 진묵은 연화를 끌어내면 단원들은 풀어 주겠다고 말하지만, 치복은 그 약속이 장부의 다음 줄에서 뒤집힐 것을 안다. 그는 사다리 끝을 붙든 채 한참 버티다가, 도윤이 숨은 화물칸 지붕을 향해 “도윤아, 나오너라” 하고 부른다. 아이가 대답하지 않자 치복은 병사들에게 연화가 납치범이 아니라고 외친다. 진묵은 치복의 멱살을 잡아 난간으로 밀어붙이고, 치복의 주머니시계가 눈 위로 떨어져 멈춘다. 그 순간 화물칸 안에서 태엽인형이 짧고 맑게 울린다. 연화가 일부러 태엽을 끝까지 감아 둔 것이다.
진묵은 칼을 빼 들고 화물칸 문을 연다. 연화는 문턱에서 그를 기다린다. 그녀는 인형을 진묵의 발밑에 굴리고, 도윤은 석탄 더미 뒤에서 인형을 향해 기어 나온다. 진묵이 아이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연화는 외줄사다리를 천장 고리에 걸어 그의 칼 든 팔을 위로 끌어올린다. 불편한 다리로 버티던 그녀는 미끄러지지만, 도윤이 바닥에 박아 둔 못을 붙잡아 줄을 고정한다. 진묵은 칼을 놓치고 석탄 위에 무릎을 찧는다. 연화는 그를 찌르지 않는다. 대신 그의 허리띠에서 장부를 뽑아 난로 문에 밀어 넣는다. 종이가 타오르는 동안 진묵은 연화의 발목을 붙잡고, 연화는 그 손 위에 태엽인형을 내려놓는다. 인형 속 은화가 바닥으로 굴러나와 석탄재 사이에서 빛난다. 진묵은 그 돈이면 자신이 요구받은 사람값 일부를 메울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밖에서 기관차의 첫 기적이 울린다. 맹치복은 지붕에서 내려와 병사들 앞을 가로막고, 자기 아들이 병사들을 피해 스스로 숨었다고 말한다. 도윤은 떨면서도 아버지 앞으로 걸어가 연화가 자신을 숨긴 것이 아니라 살려 줬다고 말한다. 치복은 아들의 말을 끊지 않는다. 하진묵은 타다 남은 장부와 은화를 바라보다가, 연화를 체포하면 아이의 말과 치복의 공개적인 증언까지 함께 묻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칼을 주워 칼집에 넣고, 붉은 실을 풀어 도윤의 풀린 장화끈에 묶어 준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화물칸에서 도둑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며 천막 봉쇄를 푼다. 그 거짓말은 그가 군벌에 바칠 마지막 안전장치까지 태우는 선택이 된다.
말금은 객차 열쇠로 연결문을 열고, 연화의 피 묻은 발목을 천 조각으로 다시 감는다. 연화는 떠날 화차의 문턱 앞에서 남은 은화 하나를 쥔다. 도윤은 아버지의 손을 잡았지만, 다른 손으로는 연화의 태엽인형을 내민다. 치복은 연화에게 떠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금사단의 찢긴 붉은 천막을 내려 병사들의 발자국 위에 덮고, 단원들에게 화차를 밀라고 지시한다. 연화는 인형을 받아 들고 움직이기 시작한 열차의 사다리에 오른다. 말금은 뒤에서 그녀의 등을 밀고, 치복과 도윤은 눈보라 속 승강장에 남는다. 연화는 화차 문가에서 외줄사다리의 잘린 끝을 내려뜨린다. 치복은 그것을 잡지 않는다. 다만 도윤이 붉은 실 묶인 장화를 흔들 때까지, 연화는 인형의 태엽을 다시 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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