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아우렐리아의 외벽을 두드리던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윤해온은 마레의 심장축에 박힌 금속 파편을 빼내려다 내부 통로에서 동시에 울리는 수백 개의 구조 신호를 듣는다. 기계고래가 한 번 몸을 비틀 때마다 돔의 압력층이 갈라지고, 가장 낮은 어린이 구역에는 분당 삼 센티미터씩 바닷물이 차오른다. 해온은 산소 잔량에서 일 분을 떼어 구조 명단 옆에 적은 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그 숫자를 지운다. 그녀의 목표는 심장축을 멈추기 전 작업자들을 하나씩 끌어내 동생 윤이랑이 있는 구역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마레를 움직이지 않으면 갇힌 사람들의 폐관이 즉시 잠긴다.
관리실에서 백도겸은 폭파 타이머를 자신의 손목에 묶고 해온에게 구조 시간을 제한한다. 그는 작업자들을 버려야 돔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폭파 명령서의 서명란을 펜촉으로 찌르다 부러뜨린다. 그때 윤이랑이 침수 통로 지도를 들고 나타나 관리실 바닥에 펼친다. 이랑은 다른 아이들의 대피를 위해 누나의 귀환 경로를 넘겼고, 백도겸은 그 지도를 근거로 압력문 세 개를 닫는다. 해온이 돌아올 길이 사라지는 순간, 이랑은 젖은 성인용 장갑을 재킷 안에서 움켜쥔 채 통신기의 누나 호출에 대답하지 않는다.
해온은 서문라겸의 낡은 음향 수신기를 따라 마레의 폐관으로 들어간다. 라겸은 금속 벽에 손가락으로 구조선을 그어 가장 먼 작업자부터 안내하지만, 해온이 왜 마레가 도시를 떠나도록 설계되었는지 묻자 잠금 밸브를 닫고 입을 다문다. 첫 번째 작업자를 끌어내는 순간 마레가 해류를 빨아들여 돔을 흔들고, 외부 압력문이 내려오며 해온과 라겸 사이를 가른다. 라겸은 자신의 산소관을 잘라 해온 쪽으로 밀어 넣고, 닫히는 문틈에 팔을 끼워 두 번째 구조자가 지나갈 때까지 버틴다. 팔이 눌린 채 피가 아니라 검은 산호 가루가 장갑 안으로 번지지만, 라겸은 끝까지 생체 신호의 방향을 말한다.
장무결은 조종석에서 마레의 조류기관을 돌려 열린 바다로 향하는 항로를 계산한다. 그의 계기에는 현재 항로가 아니라 과거부터 반복된 자율 항법 기록이 떠오르고, 마레가 도시를 떠날 때마다 특정 해저 협곡으로 향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무결은 고래가 사람을 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설계된 이동 공동체의 항로를 되풀이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러나 그는 그 항로가 어린이 구역을 먼저 침수시킨다는 것도 확인한다. 해온이 구조 때문에 속도를 늦추자 무결은 그녀의 헬멧을 붙잡고 조종석 벽에 밀어붙이며, 도시를 떠나야만 남은 사람들이 살 수 있다고 외친다. 해온은 그의 손목 조류실을 꺾어 항로를 수동 전환하고, 그 대가로 마레의 한쪽 기관이 과열된다.
해온은 세 번째 작업자를 끌어내던 중 폐관 안쪽에서 이랑의 지도를 발견한다. 지도에는 단순한 귀환 경로가 아니라 아이들이 모여 있는 산소실과 닫힌 압력문을 연결한 우회선이 표시되어 있다. 이랑이 누나를 막기 위해 지도를 넘긴 것이 아니라, 누나가 돌아오면 반드시 지나갈 길을 일부러 관리실에 노출한 것이다. 해온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통신기를 켜지만, 이랑은 이번에도 송신기를 끈다. 그 사이 백도겸은 직접 마레 내부로 들어와 해온과 마주친다. 그는 폭파 장치를 해온의 가슴에 들이밀고, 마지막 구조 신호가 끊기기 전에 심장축을 폭파하겠다고 말한다. 해온은 그의 손목을 붙잡아 타이머를 산소 밸브에 부딪치고, 두 사람은 물이 차오르는 기관실 바닥에서 서로의 몸을 누르며 장치를 빼앗으려 한다. 백도겸은 해온의 어깨를 쇠난간에 찍어 눌러 폭파선을 연결하지만, 해온은 그의 안주머니에서 접힌 어린이 대피 명단을 꺼내 불어난 물속에 던진다. 백도겸이 명단을 건지려 몸을 숙이는 순간, 해온은 그의 손목을 배관에 수갑처럼 묶고 폭파선을 끊는다.
그때 산호 시계의 마지막 톱니가 자정 위치에 가까워지고, 자동 잠금이 시작된다. 폭파 장치는 해체되지 않은 채 심장축과 연결되어 있어, 백도겸이 손목을 빼면 즉시 회로가 닫힌다. 해온은 작업자들을 데리고 돌아갈 수 없고, 마레를 움직이면 이랑의 구역이 먼저 잠긴다. 라겸은 눌린 팔을 스스로 빼내며 해온에게 심장축을 완전히 끊으면 고래가 도시의 전력을 잃고 침몰한다고 말한다. 무결은 조종석으로 통하는 마지막 항로를 열 수 있지만, 그 문을 열면 어린이 구역의 압력문이 닫힌다.
이랑은 결국 관리실에서 나와 침수된 통로를 헤치고 마레의 기관실까지 온다. 해온은 그를 보자마자 끌어안으려 하지만, 이랑은 젖은 장갑을 꺼내 누나의 가슴에 밀어붙이며 자신이 귀환 지도를 넘겼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이 누나를 기다리게 만들면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해진다고 믿었고, 그래서 누나가 자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길을 만들었다. 해온은 이랑을 꾸짖는 대신 그의 손을 잡아 심장축의 수동 레버에 얹는다. 레버를 당기면 마레의 심장축이 도시와 분리되어 열린 바다로 나가지만, 그 순간 해온과 구조된 작업자들은 마레 안에 남는다. 레버를 놓으면 백도겸의 폭파 회로가 닫히고 고래와 작업자들이 함께 사라진다.
백도겸은 묶인 손목을 억지로 뜯어내며 해온을 레버에서 밀어내려 한다. 그는 도시를 버리는 결정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없다고 말하지만, 해온은 그의 손을 다시 레버 위에 얹고 명단의 아이들을 직접 읽게 한다. 백도겸은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물속에서 떠오른 명단을 한 명씩 소리 내어 부른다. 이름을 다 부른 뒤 그는 폭파 장치의 잠금핀을 자기 손으로 뽑아 심장축에서 분리하고, 그 핀을 해온에게 건넨다. 장치가 무력화되자 그는 수동 압력문을 몸으로 붙잡아 작업자들의 탈출 시간을 만든다.
라겸은 마지막 산소관을 이랑에게 씌우고, 무결은 과열된 기관을 포기한 채 마레의 항로를 협곡 바깥으로 돌린다. 해온은 구조된 작업자들을 한 명씩 끌고 열린 폐관으로 이동시키고, 이랑은 뒤에서 이름과 산소 잔량을 기록한다. 마지막 작업자가 빠져나온 뒤 해온은 심장축에 남은 자신의 공구를 회수하지 않는다. 마레가 움직이자 아우렐리아의 돔 세 겹이 연달아 갈라지고 어린이 구역으로 향하던 물길이 열린다. 그러나 고래의 거대한 몸이 도시와 폭풍 사이를 가로막으며 외부 해류를 받아낸다. 도시를 완전히 지키지는 못하지만, 침수 속도는 멈추고 생존자들은 부유식 산호 거처를 만들 수 있는 몇 시간을 얻는다.
마레는 아우렐리아를 버리고 열린 바다로 나가지만, 안에 남은 작업자들은 모두 살아 있다. 백도겸은 압력문 손잡이에 팔이 끼인 채 구조되고, 자신의 이름을 폭파 명령서가 아니라 대피 명단의 마지막 줄에 적는다. 라겸은 부상당한 팔로 새 항로의 첫 선을 긋고, 무결은 조종석의 자율 항법 기록을 지운 대신 그 아래에 실제로 지나간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다. 이랑은 누나에게 더 이상 송신기를 끄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물이 빠진 벽에 자신의 이름과 해온의 이름을 나란히 새긴다. 해온은 그 옆에 구조된 작업자들의 이름을 이어 적으며, 산호 시계의 마지막 톱니가 멈춘 뒤에도 도시와 고래가 서로를 완전히 놓지 못한 채 새로운 이동 거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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