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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Original · 15 scenes · 5 chapters

누나, 이번엔 제가 길을 막을게요

cute Komon Snake 48premiumCreator’s page →

2149년, 해수면 아래의 산호 도시에서 조류를 조종하는 잠수부는 죽은 산호초의 심장에 연결된 거대한 기계고래를 수리한다. 기계고래가 움직일 때마다 도시의 돔 벽이 한 겹씩 갈라지고, 잠수부의 어린 동생이 사는 구역에는 바닷물이 분당 삼 센티미터씩 차오른다. 도시의 관리자는 고래를 폭파해 침수를 멈추려 하지만, 잠수부는 고래의 몸속에 갇힌 수백 명의 작업자들을 직접 끌어내야 한다. 산호 시계의 마지막 톱니가 자정에 닿기 전에 잠수부는 폭파 장치를 누르거나, 열린 바다로 기계고래를 몰아 도시를 버려야 한다.

  • 5 characters
  • 5 locations
  • 15 scenes
  • Plot 3,415 chars
누나, 이번엔 제가 길을 막을게요 cover image

Characters

Characters

윤해온

Female

산호초의 조류를 손짓으로 돌리고, 고장 난 해저 구조물을 직접 잠수해 수리하는 현장 잠수부

Profile

윤해온은 기계고래의 심장축을 멈추기 전에 몸속 작업자들을 한 명씩 꺼내 윤이랑이 사는 침수 구역까지 살아서 돌아가려 한다. 구조할 때마다 돔의 균열과 물의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해온이 숨긴 폭파 장치의 존재를 모르는 윤이랑은 누나의 귀환 경로를 스스로 봉쇄할 수 있는 지도를 관리실에 넘긴다. 해온은 서문라겸에게서 전달받은 생체 신호를 따라가며, 구조를 계속할수록 이랑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줄어드는 선택을 감당해야 한다.

잠수복의 산소 잔량을 확인할 때마다 자기 몫에서 일 분을 떼어 구조 명단 옆에 적지만, 다른 사람이 그 숫자를 보면 즉시 지워 버린다. 해온은 작업자 한 명의 손목을 놓지 못하면서도 윤이랑이 보낸 대피 기록을 보면 이를 악물고, 자신이 살리려는 사람들 때문에 동생의 집으로 가는 물길이 먼저 닫히는 상황에 맞선다.

Background

열여섯 살 때 산호 외벽 붕괴 현장에서 동생을 먼저 끌어내라는 명령을 어기고, 뒤늦게 발견한 정비공을 구하려다 윤이랑의 아버지를 잃었다. 그 뒤 서문라겸의 잠수 훈련에서 일부러 실패 판정을 받았지만, 해온은 폐관의 조류를 몸으로 읽는 법을 익혀 도시가 버린 구조 통로를 혼자 드나드는 잠수부가 되었다. 이번에는 백도겸이 손목에 묶은 폭파 장치와 윤이랑이 넘긴 침수 지도가 동시에 해온의 귀환 시간을 잘라 낸다.

Description

윤해온은 서른두 살의 현장 잠수부로, 낡은 청록색 압력 잠수복 위에 공구 벨트와 생체 신호 수신기를 겹쳐 맨다. 젖은 검은 머리는 턱선에 달라붙고, 산호 파편에 베인 왼쪽 눈썹의 얇은 흉터가 굳게 다문 입과 맞물려 있다. 한 손은 구조 명단을 움켜쥐고 다른 손은 숨겨 둔 폭파 장치를 감싼 채, 물살이 밀려오는 방향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체 신호가 잡히는 어두운 통로를 향해 몸을 기울인다.

윤이랑

Male

물이 차오르는 산호 주거구역에서 이웃들의 산소통과 대피 순서를 기록하는 학생

Profile

윤이랑은 누나 윤해온이 자신을 구하러 돌아오는 대신 도시 전체의 아이들을 먼저 살리게 하려고, 침수된 통로의 지도를 몰래 관리실에 넘긴다. 그 지도로 구조 우선순위가 바뀌면 윤해온의 귀환 경로가 봉쇄되고, 윤이랑은 자신이 구조 대상이라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의 산소를 빼앗았다는 사실을 견뎌야 한다.

윤이랑은 물이 발목까지 차오른 벽에 산소통의 잔량과 아이들의 이름을 손톱으로 새기며, 누나의 목소리가 통신기에 잡힐 때마다 대답 대신 송신기를 끈다. 다른 생존자에게는 마지막 산소통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 주면서도, 윤해온이 남긴 젖은 장갑만은 품 안에서 꺼내지 못한다.

Background

윤이랑은 침수 구역의 학교 대피실에서 또래 아이들을 층계 위로 밀어 올리며 살아남았고, 물이 분당 삼 센티미터씩 차오르는 동안 관리실의 낡은 배관 도면을 외웠다. 윤해온이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을 알게 된 날, 윤이랑은 그 도면에 누나가 돌아올 수 없는 우회로를 표시해 관리실 문틈으로 밀어 넣었고, 그 순간부터 누나의 귀환을 기다리는 아이가 아니라 누나의 길을 닫는 사람이 되었다.

Description

윤이랑은 열두 살의 마른 소년으로, 발목까지 찬 바닷물 속에서도 젖은 공책을 가슴에 붙들고 산소통 잔량과 아이들의 이름을 확인한다. 낡은 학교 대피복 위에는 서로 다른 크기의 산소 호스와 색 바랜 구조 표식이 매달려 있고, 손톱 밑에는 배관 도면을 벽에 새긴 산호 가루가 남아 있다. 누나의 목소리가 통신기에 잡힐 때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송신기를 끄며, 젖은 장갑 한 짝을 품속에 숨긴 자세가 그가 선택한 배신과 사랑을 함께 드러낸다.

백도겸

Male

돔의 압력과 산호 시계의 톱니를 감시하며 자정에 기계고래를 폭파하라는 명령을 받은 도시 관리자

Profile

백도겸은 수백 명의 작업자를 희생시키더라도 돔 전체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믿으며, 그 결정을 자신의 이름으로 남기지 않은 채 끝내려 한다. 그는 윤해온에게 구조 시간을 제한해 주는 대신 폭파 장치를 자신의 손목에 묶고, 윤이랑이 보낸 침수 지도를 내밀어 마지막 선택을 재촉한다. 해온이 작업자들을 더 구하려 할수록 백도겸의 손목에서 자정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든다.

관리실의 공식 기록에는 서명을 또박또박 남기지만, 폭파 명령서에 자신의 이름을 쓸 차례가 오면 펜촉을 부러뜨리고 빈칸을 오래 바라본다. 백도겸은 윤해온의 구조 요청을 들을 때마다 손목의 타이머를 한 번씩 눌러 시간을 줄이며, 자신이 잔인해지는 속도를 숫자로 확인해야만 흔들림을 감춘다. 아이들의 대피 명단은 직접 접어 안주머니에 넣어 두면서도, 한 명을 더 살리기 위해 도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선택에는 끝까지 반대한다.

Background

젊은 시절 백도겸은 첫 번째 돔 균열 사고에서 구조 지연 명령을 기다리다 동료들을 잃었고, 그날 이후 관리실의 승인보다 자신의 손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과거 윤해온의 아버지가 남긴 산호류 관측 기록을 폐기하지 않고 보관해 왔으며, 이번에는 윤이랑의 침수 지도를 공식 근거로 인정해 해온의 귀환 경로와 구조 순서를 바꾼다. 그 지도를 받아들이는 순간, 백도겸은 폭파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고 해온 역시 더 이상 그의 명령을 단순한 협박으로 밀어낼 수 없게 된다.

Description

백도겸은 쉰여덟의 나이를 숨기지 않는 굳은 얼굴과 짧게 센 은회색 머리로, 검은 압력 관리관 제복 위에 낡은 방수 코트를 걸치고 있다. 그는 한 손에 윤이랑의 침수 지도를 구겨 쥔 채 등을 곧게 세우지만, 폭파 장치가 묶인 손목은 미세하게 떨리며 자정까지 남은 숫자를 가린다. 공식 서명란 앞에서 부러진 펜촉을 주머니에 넣는 습관과, 아이들의 대피 명단을 안주머니 깊숙이 접어 둔 모습이 그의 냉정한 명령 뒤에 남은 망설임을 드러낸다.

서문라겸

Female

고래의 폐관과 작업자 통로를 설계했지만 지금은 내부에 갇힌 사람들의 위치를 낡은 음향망으로 추적하는 기관 기술자

Profile

서문라겸은 기계고래를 열린 바다로 보내면서도, 몸속에 갇힌 작업자들의 생체 신호를 모두 윤해온에게 넘겨 한 사람도 구조 대상에서 빠지지 않게 하려 한다. 그 선택은 자신이 설계한 고래가 도시를 버린 죄로 기록되는 대가를 요구하며, 마지막에는 자신의 산소를 잘라 윤해온에게 넘겨야만 과거의 빚을 갚을 수 있다.

서문라겸은 통로 벽에 손가락으로 구조 순서를 새기고, 누군가 그 선을 지우면 말없이 자기 장갑을 벗어 다시 표시한다. 윤해온 앞에서는 산소 잔량을 숨긴 채 가장 먼 작업자부터 안내하지만, 해온이 교관 시절의 실패를 묻는 순간마다 잠금 밸브를 먼저 확인하며 대화를 끊는다.

Background

서문라겸은 기계고래의 내부 설계를 맡았고, 과거 훈련생 윤해온의 조류 감각을 일부러 불합격시켜 위험한 현장 배치를 막았지만 그 결정은 해온의 경력을 늦추고 불신만 남겼다. 고래가 움직일 때마다 자신이 그린 격벽 도면이 침수 순서표로 바뀌자, 서문라겸은 관리실의 폭파 명령보다 내부 작업자들의 신호를 먼저 해온의 잠수 장비로 전송하기 시작했다.

Description

41세의 서문라겸은 기계고래의 폐관과 작업자 통로를 설계한 기관 기술자로, 낡은 잠수복 위에 도면 조각과 생체 신호 수신기를 촘촘히 매달고 있다. 젖은 검은 머리카락은 관자놀이에 붙어 있고, 산소 잔량을 숨기려는 듯 몸을 곧게 세운 채 한 손으로 침수된 벽의 구조 순서를 더듬는다. 왼쪽 장갑을 벗어 손가락으로 통로 벽에 새긴 세 줄의 표시가 그녀의 시그니처이며, 차갑게 굳은 얼굴 아래에는 윤해온에게 자신의 산소를 넘길 결심이 조용히 번진다.

장무결

Male

고래의 조류기관을 조종해 산호 도시 바깥의 해류와 열린 바다 사이의 항로를 계산하는 항해사

Profile

장무결은 기계고래를 몰아 도시의 통제 밖에서 움직이는 이동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하며, 그 첫 항해를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도시의 마지막 항로를 폐쇄해야 한다. 윤해온에게 폭파 대신 조종석을 맡기겠다고 약속했지만, 서문라겸이 숨겨 둔 자율 항법 기록에서 고래가 이미 다른 목적지를 선택해 왔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누구의 의지도 믿지 못한다.

장무결은 항로를 말할 때마다 손목에 감긴 낡은 조류실을 세 번 두드리고, 누군가의 이름을 적은 뒤에는 그 옆에 반드시 탈출 가능한 수심을 덧붙인다. 윤해온이 작업자 구조를 위해 경로를 늦추면 계기판의 시간을 먼저 지우지만, 어린이 거주 구역의 수압 경보가 울리는 순간에는 자신이 닫으려던 항로를 다시 열어 버린다.

Background

열여섯 살 때 장무결은 산호 도시 외곽의 폐쇄 항로에서 표류한 가족선을 발견했지만, 관리실의 운항 규정 때문에 구조 신호를 세 시간 늦게 올렸다. 그날 이후 그는 도시의 안전한 길이 누구에게는 감옥의 문이라는 것을 몸에 새겼고, 기계고래의 조종석을 맡는 일만큼은 허가받은 항해가 아니라 떠날 사람들의 선택으로 만들려 했다.

Description

스물일곱 살의 장무결은 마른 체격과 깊게 그을린 피부를 지닌 항해사로, 낡은 조류실과 산호섬유 조끼가 달린 짙은 청색 작업복을 입는다. 그는 고래의 항로를 계산할 때마다 왼손목의 금속 조류실을 세 번 두드리며, 젖은 계기판 위에 이름과 탈출 가능한 수심을 나란히 적는다. 한쪽 눈썹 위의 가느다란 흉터와 잠들지 못한 회색 눈은 도시를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의 결심과, 이미 고래가 자신보다 먼저 목적지를 골랐다는 불신을 함께 드러낸다.


Synopsis

Plot

폭풍이 아우렐리아의 외벽을 두드리던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윤해온은 마레의 심장축에 박힌 금속 파편을 빼내려다 내부 통로에서 동시에 울리는 수백 개의 구조 신호를 듣는다. 기계고래가 한 번 몸을 비틀 때마다 돔의 압력층이 갈라지고, 가장 낮은 어린이 구역에는 분당 삼 센티미터씩 바닷물이 차오른다. 해온은 산소 잔량에서 일 분을 떼어 구조 명단 옆에 적은 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그 숫자를 지운다. 그녀의 목표는 심장축을 멈추기 전 작업자들을 하나씩 끌어내 동생 윤이랑이 있는 구역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마레를 움직이지 않으면 갇힌 사람들의 폐관이 즉시 잠긴다.

관리실에서 백도겸은 폭파 타이머를 자신의 손목에 묶고 해온에게 구조 시간을 제한한다. 그는 작업자들을 버려야 돔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폭파 명령서의 서명란을 펜촉으로 찌르다 부러뜨린다. 그때 윤이랑이 침수 통로 지도를 들고 나타나 관리실 바닥에 펼친다. 이랑은 다른 아이들의 대피를 위해 누나의 귀환 경로를 넘겼고, 백도겸은 그 지도를 근거로 압력문 세 개를 닫는다. 해온이 돌아올 길이 사라지는 순간, 이랑은 젖은 성인용 장갑을 재킷 안에서 움켜쥔 채 통신기의 누나 호출에 대답하지 않는다.

해온은 서문라겸의 낡은 음향 수신기를 따라 마레의 폐관으로 들어간다. 라겸은 금속 벽에 손가락으로 구조선을 그어 가장 먼 작업자부터 안내하지만, 해온이 왜 마레가 도시를 떠나도록 설계되었는지 묻자 잠금 밸브를 닫고 입을 다문다. 첫 번째 작업자를 끌어내는 순간 마레가 해류를 빨아들여 돔을 흔들고, 외부 압력문이 내려오며 해온과 라겸 사이를 가른다. 라겸은 자신의 산소관을 잘라 해온 쪽으로 밀어 넣고, 닫히는 문틈에 팔을 끼워 두 번째 구조자가 지나갈 때까지 버틴다. 팔이 눌린 채 피가 아니라 검은 산호 가루가 장갑 안으로 번지지만, 라겸은 끝까지 생체 신호의 방향을 말한다.

장무결은 조종석에서 마레의 조류기관을 돌려 열린 바다로 향하는 항로를 계산한다. 그의 계기에는 현재 항로가 아니라 과거부터 반복된 자율 항법 기록이 떠오르고, 마레가 도시를 떠날 때마다 특정 해저 협곡으로 향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무결은 고래가 사람을 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설계된 이동 공동체의 항로를 되풀이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러나 그는 그 항로가 어린이 구역을 먼저 침수시킨다는 것도 확인한다. 해온이 구조 때문에 속도를 늦추자 무결은 그녀의 헬멧을 붙잡고 조종석 벽에 밀어붙이며, 도시를 떠나야만 남은 사람들이 살 수 있다고 외친다. 해온은 그의 손목 조류실을 꺾어 항로를 수동 전환하고, 그 대가로 마레의 한쪽 기관이 과열된다.

해온은 세 번째 작업자를 끌어내던 중 폐관 안쪽에서 이랑의 지도를 발견한다. 지도에는 단순한 귀환 경로가 아니라 아이들이 모여 있는 산소실과 닫힌 압력문을 연결한 우회선이 표시되어 있다. 이랑이 누나를 막기 위해 지도를 넘긴 것이 아니라, 누나가 돌아오면 반드시 지나갈 길을 일부러 관리실에 노출한 것이다. 해온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통신기를 켜지만, 이랑은 이번에도 송신기를 끈다. 그 사이 백도겸은 직접 마레 내부로 들어와 해온과 마주친다. 그는 폭파 장치를 해온의 가슴에 들이밀고, 마지막 구조 신호가 끊기기 전에 심장축을 폭파하겠다고 말한다. 해온은 그의 손목을 붙잡아 타이머를 산소 밸브에 부딪치고, 두 사람은 물이 차오르는 기관실 바닥에서 서로의 몸을 누르며 장치를 빼앗으려 한다. 백도겸은 해온의 어깨를 쇠난간에 찍어 눌러 폭파선을 연결하지만, 해온은 그의 안주머니에서 접힌 어린이 대피 명단을 꺼내 불어난 물속에 던진다. 백도겸이 명단을 건지려 몸을 숙이는 순간, 해온은 그의 손목을 배관에 수갑처럼 묶고 폭파선을 끊는다.

그때 산호 시계의 마지막 톱니가 자정 위치에 가까워지고, 자동 잠금이 시작된다. 폭파 장치는 해체되지 않은 채 심장축과 연결되어 있어, 백도겸이 손목을 빼면 즉시 회로가 닫힌다. 해온은 작업자들을 데리고 돌아갈 수 없고, 마레를 움직이면 이랑의 구역이 먼저 잠긴다. 라겸은 눌린 팔을 스스로 빼내며 해온에게 심장축을 완전히 끊으면 고래가 도시의 전력을 잃고 침몰한다고 말한다. 무결은 조종석으로 통하는 마지막 항로를 열 수 있지만, 그 문을 열면 어린이 구역의 압력문이 닫힌다.

이랑은 결국 관리실에서 나와 침수된 통로를 헤치고 마레의 기관실까지 온다. 해온은 그를 보자마자 끌어안으려 하지만, 이랑은 젖은 장갑을 꺼내 누나의 가슴에 밀어붙이며 자신이 귀환 지도를 넘겼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이 누나를 기다리게 만들면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해진다고 믿었고, 그래서 누나가 자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길을 만들었다. 해온은 이랑을 꾸짖는 대신 그의 손을 잡아 심장축의 수동 레버에 얹는다. 레버를 당기면 마레의 심장축이 도시와 분리되어 열린 바다로 나가지만, 그 순간 해온과 구조된 작업자들은 마레 안에 남는다. 레버를 놓으면 백도겸의 폭파 회로가 닫히고 고래와 작업자들이 함께 사라진다.

백도겸은 묶인 손목을 억지로 뜯어내며 해온을 레버에서 밀어내려 한다. 그는 도시를 버리는 결정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없다고 말하지만, 해온은 그의 손을 다시 레버 위에 얹고 명단의 아이들을 직접 읽게 한다. 백도겸은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물속에서 떠오른 명단을 한 명씩 소리 내어 부른다. 이름을 다 부른 뒤 그는 폭파 장치의 잠금핀을 자기 손으로 뽑아 심장축에서 분리하고, 그 핀을 해온에게 건넨다. 장치가 무력화되자 그는 수동 압력문을 몸으로 붙잡아 작업자들의 탈출 시간을 만든다.

라겸은 마지막 산소관을 이랑에게 씌우고, 무결은 과열된 기관을 포기한 채 마레의 항로를 협곡 바깥으로 돌린다. 해온은 구조된 작업자들을 한 명씩 끌고 열린 폐관으로 이동시키고, 이랑은 뒤에서 이름과 산소 잔량을 기록한다. 마지막 작업자가 빠져나온 뒤 해온은 심장축에 남은 자신의 공구를 회수하지 않는다. 마레가 움직이자 아우렐리아의 돔 세 겹이 연달아 갈라지고 어린이 구역으로 향하던 물길이 열린다. 그러나 고래의 거대한 몸이 도시와 폭풍 사이를 가로막으며 외부 해류를 받아낸다. 도시를 완전히 지키지는 못하지만, 침수 속도는 멈추고 생존자들은 부유식 산호 거처를 만들 수 있는 몇 시간을 얻는다.

마레는 아우렐리아를 버리고 열린 바다로 나가지만, 안에 남은 작업자들은 모두 살아 있다. 백도겸은 압력문 손잡이에 팔이 끼인 채 구조되고, 자신의 이름을 폭파 명령서가 아니라 대피 명단의 마지막 줄에 적는다. 라겸은 부상당한 팔로 새 항로의 첫 선을 긋고, 무결은 조종석의 자율 항법 기록을 지운 대신 그 아래에 실제로 지나간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다. 이랑은 누나에게 더 이상 송신기를 끄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물이 빠진 벽에 자신의 이름과 해온의 이름을 나란히 새긴다. 해온은 그 옆에 구조된 작업자들의 이름을 이어 적으며, 산호 시계의 마지막 톱니가 멈춘 뒤에도 도시와 고래가 서로를 완전히 놓지 못한 채 새로운 이동 거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바라본다.


World

The world

representative image

setting

태평양 해구의 수심 1,800미터에 세워진 산호 도시 아우렐리아는 죽은 산호초의 거대한 환초를 골격으로 삼는다. 도시 중앙에는 산호초의 칼슘 심장에 연결된 기계고래 ‘마레’가 정박해 있다. 고래는 해류를 끌어들여 산소와 전력을 생산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돔의 압력층을 한 겹씩 찢는다. 주거구역, 양식장, 정비공장, 관리실은 방사형 통로로 이어져 있으며, 가장 낮은 어린이 구역부터 바닷물이 분당 삼 센티미터씩 차오른다. 고래 내부에는 폐관, 기관실, 작업자용 좁은 통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고, 부식된 금속 틈마다 푸른 발광 플랑크톤이 흐른다.

도시의 모든 시계는 중앙 광장에 매달린 산호 시계와 맞춰져 있으며, 마지막 톱니가 자정에 닿으면 폭파 명령이 자동 승인된다.

time period

2149년,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 국가 대부분이 해체된 뒤 약 70년이 지난 시대다. 현재는 아우렐리아의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이며, 장마성 심해 폭풍이 외부 해류를 뒤집고 있다. 도시의 산호 시계는 자정까지 몇 시간 남지 않았고, 돔의 균열은 이미 세 번째 압력층을 통과했다. 이 날은 도시가 기계고래를 폭파해 정착지를 지킬지, 고래를 열린 바다로 보내 도시를 버릴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rules

- 산호 심장에 연결된 기계는 도시의 해류와 생명 유지망을 공유하므로, 고래가 움직일 때마다 돔 압력이 떨어진다. 윤해온이 구조를 위해 고래를 작동시킬수록 윤이랑의 구역에 물이 더 빨리 차오른다.

- 돔의 압력문은 한 번 닫히면 외부 전원 없이 다시 열 수 없다. 윤이랑이 넘긴 침수 지도로 귀환 통로가 봉쇄되면 해온은 구조자를 데리고 돌아갈 수 없고, 어느 구역을 버릴지 직접 선택해야 한다.

- 기계고래의 폭파 장치는 심장축과 연결되어 있어 해체할 수 없다. 폭파하면 고래 내부 작업자들은 모두 잃지만 돔 붕괴는 늦출 수 있고, 폭파하지 않으면 열린 바다로 나가는 동안 도시 전체가 침수될 수 있다.

- 산호 시계의 자정 신호는 관리자의 승인 없이도 폭파 회로를 잠근다. 백도겸이 시간을 줄일 때마다 구조 가능한 사람의 수가 줄어들며, 마지막 순간의 선택은 명령이 아니라 현장에 남은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technologies philosophies

아우렐리아의 생존은 산호공학에 의존한다. 주민들은 유전자 조정 산호로 돔을 보수하고, 조류기관으로 해류를 방향 전환하며, 생체 신호망으로 고래 내부의 작업자 위치를 추적한다. 산소와 식량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 구역별 배급 기록으로 관리되며, 누구의 이름이 명단에서 먼저 지워지는지가 곧 정치적 권력이 된다.

도시의 공식 철학은 “정착지는 사람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는 보존주의다. 관리자는 소수를 희생해 돔을 지키는 결정을 합리성으로 포장하지만, 잠수부와 작업자들은 도시가 자신들의 손과 폐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안다. 반대로 장무결 같은 항해사들은 고래를 이동 공동체의 씨앗으로 보고, 한 장소를 지키는 대신 살아남은 사람들이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다. 서문라겸의 설계 기록은 기계고래가 단순한 발전 설비가 아니라 도시를 떠나도록 만들어졌다는 금지된 증거이며, 이 사실은 ‘도시를 구한다’는 말이 누구의 집을 지킨다는 뜻인지 뒤집는다. 매일의 기술은 사람을 살리지만 동시에 숫자로 분류하고, 해온과 이랑은 그 숫자에 이름과 얼굴을 되돌려 놓으려 한다.

visual description

주색은 차가운 청록, 산호의 병든 주황, 녹슨 철의 갈색이다. 돔 안쪽에는 물결이 천장처럼 흔들리고, 균열 사이로 검푸른 바다가 가느다란 칼날처럼 비친다. 죽은 산호 벽은 뼈처럼 희고, 살아남은 군락은 보라색과 형광 녹색의 희미한 빛을 낸다. 기계고래는 고래의 둥근 윤곽과 산업용 잠수함의 리벳을 함께 지닌 거대한 금속 생물이며, 갈비뼈 모양의 배관 사이로 비상등이 맥박처럼 점멸한다. 카메라는 물속 먼지, 헬멧 안쪽의 김, 장갑에 묻은 검은 산호 가루, 벽에 손톱으로 새긴 이름을 가까이 포착한다. 도시 전체에는 낮과 밤 대신 산호 시계의 톱니 그림자가 흐르고,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그 그림자가 사람들의 얼굴을 가른다.


Locations

Where it happens

location 1 image

마레 심장축 기관실

마레 심장축 기관실은 사람 하나가 겨우 몸을 돌릴 만큼 좁은 철제 작업 공간으로, 젖은 리벳마다 차가운 청록빛이 번지고 갈비뼈처럼 휘어진 배관 사이에서 병든 주황색 비상등이 맥박친다. 바닥과 축의 이음새에는 검은 산호 가루가 물에 젖은 기름처럼 들러붙어 장갑과 공구 자국을 삼키며, 고래가 몸을 비틀 때마다 금속 진동이 무릎과 치아까지 울린다. 멀리서 겹쳐 들리던 구조 신호는 한 줄씩 끊기고, 남은 신호음만 리벳 사이에서 짧게 떨려 심장축에 손을 댄 사람에게 다음에 멈출 곳을 강요한다.

location 2 image

어린이 구역 산소실

어린이 구역 산소실의 낮은 천장에는 천을 여러 겹 덧댄 확산등이 매달려, 희미한 호박색 빛을 젖은 담요와 패치 천 위에 고르게 눌러 놓는다. 아이들은 산소통을 품에 끌어안고 서로의 이름과 남은 눈금을 낮게 속삭이며, 천장 배관과 벽 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그 목소리 사이를 일정하지 않게 가른다. 손톱 자국이 빽빽한 산호벽 아래에는 작은 신발과 접힌 방수 재킷이 줄지어 놓여 있고, 벽면의 수위 표시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젖은 손가락으로 덧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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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아 중앙 광장

아우렐리아 중앙 광장은 죽은 산호를 깎아 만든 거대한 원형 지하 홀로, 백색 기둥과 매끈하게 닳은 석재 바닥이 보랏빛 생체광을 받아 차갑게 빛난다. 천장 중앙에 매달린 산호 시계의 톱니 그림자가 바닥과 사람들의 얼굴을 길게 가르며, 둔중한 맞물림 소리가 넓은 공간 전체를 일정한 간격으로 울린다. 광장 가장자리에는 구역별 배급 기록과 대피 명단을 끼운 석판들이 반원형으로 세워져 있고, 마지막 줄을 비워 둔 명단 위로 톱니 그림자가 한 칸씩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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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폭풍 갑판

외벽 폭풍 갑판은 죽은 산호 환초 바깥으로 길게 돌출된 개방형 운송 플랫폼으로, 납빛 폭풍 하늘 아래 소금에 벗겨진 산호판과 거친 방수포가 난간과 바닥을 겹겹이 덮고 있다. 청백색 해류가 갑판 아래 검은 심해를 번개처럼 가르며 지나갈 때마다, 고정 로프와 접이식 운반 레일이 거센 물살에 휘고 방수포 가장자리가 채찍처럼 선체를 후려친다. 폭풍의 포효는 사람의 목소리를 삼키고, 플랫폼 곳곳에 박힌 발판과 손잡이에는 바다로 떠날 이들이 남긴 소금 자국과 급히 긁어 쓴 이름이 번쩍이는 물빛 속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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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식 산호 거처

부유식 산호 거처는 폭풍이 잠잠해진 수면 가까이에서 마른 로프와 섬유 패널을 엮어 만든 임시 마을로, 따뜻한 크림색 작업등이 낮은 발판과 접이식 침상을 부드럽게 비춘다. 발밑의 얕은 물결이 거처 전체를 느리게 흔들고, 새로 자란 산호가 패널 이음새와 부표 가장자리에 거친 녹색 결을 세우며 아직 굳지 않은 터전을 붙잡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때마다 이름을 한 번씩 크게 부르고, 그 목소리는 로프에 매달린 산소통과 빈 구조 바구니 사이를 지나 파문처럼 오래 남는다.


Scenes

Scene by scene

Chapter 01

Scene 01·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몇 시간 전

심장축의 첫 진동

심장축의 첫 진동
Place마레 심장축 기관실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몇 시간 전
Action윤해온은 젖은 리벳 사이에 박힌 금속 파편을 렌치로 비틀어 뽑는다. 그녀는 산소 계기에서 일 분을 떼어 내 구조 명단의 첫 이름 옆에 적고, 통신기로 백도겸에게 작업자 신호를 연결하라고 요구한다. 백도겸은 기관실 입구를 막은 채 폭파 타이머를 들어 보이며, 해온이 축을 깨우면 귀환 압력문을 닫겠다고 경고한다.
Impact금속 파편이 빠지는 순간 마레의 심장축이 깨어나고, 수백 개의 구조 신호가 좁은 기관실을 찢듯 겹쳐 울린다. 해온은 가장 가까운 생체 신호를 따라 축 아래의 잠긴 작업 틈을 열지만, 그 움직임으로 어린이 구역의 수위가 더 빠르게 상승한다. 첫 구조자의 손이 해온의 장갑을 붙잡는 순간, 어린이 구역으로 이어진 압력문 하나가 닫히기 시작한다.

윤해온은 렌치를 금속 파편 아래에 밀어 넣고 온몸을 뒤틀어 손잡이를 꺾었다. 마레 심장축 기관실의 좁은 철제 벽이 그녀의 어깨를 밀어냈고, 갈비뼈처럼 휘어진 배관 사이로 병든 주황색 비상등이 번쩍였다. 파편이 빠지자 검은 산호 가루가 물속에서 터져 나와 해온의 장갑과 구조 명단을 뒤덮었다. 그녀는 산소 계기의 눈금을 한 칸 낮춘 뒤 첫 이름 옆에 ‘1분’을 적었다.

기관실 입구에서 백도겸이 폭파 타이머를 들어 올렸다. “그 손을 떼면 통로를 닫는다.” 해온은 대답 대신 축의 덮개를 뜯어 생체 신호 케이블을 자신의 수신기에 꽂았고, 겹쳐 울리던 신호 중 하나를 따라 바닥의 비상 레버를 당겼다. 축이 몸을 비틀자 작업 틈의 철문이 벌어졌고, 안쪽에 끼인 작업자의 손이 해온의 손목을 붙잡았다.

해온이 그 사람을 끌어내는 동안 멀리서 어린이 구역 압력문의 잠금음이 세 번 울렸다. 백도겸의 타이머 숫자가 줄어들었고, 기관실 벽 너머에서 물이 차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해온은 구조자의 팔을 폐관 쪽으로 밀어 넣었지만, 수백 개의 신호 중 하나가 갑자기 그녀의 개인 주파수로 바뀌었다. 수신기 화면에 윤이랑의 산소실 표식이 떠오르는 순간, 닫힌 압력문 너머에서 짧은 호출음이 한 번 울렸다.

Scene 02·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산호 시계가 자정을 향해 가는 밤

닫히기 시작한 압력문

닫히기 시작한 압력문
Place마레 심장축 기관실과 어린이 구역으로 이어지는 압력문 앞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산호 시계가 자정을 향해 가는 밤
Action윤해온은 폐관으로 밀어 넣던 첫 작업자의 하네스를 붙잡고, 다시 심장축 쪽으로 몸을 돌린다. 백도겸은 폭파 타이머를 해온의 수신기 위에 들이밀며 구조를 멈추라고 요구하고, 해온은 축의 비상 레버를 끝까지 당겨 압력문을 강제로 늦춘다. 축이 깨어나며 마레의 기관이 크게 뒤틀리고, 어린이 구역으로 이어진 압력문이 굉음을 내며 내려온다.
Impact첫 작업자는 폐관 입구를 통과하지만, 해온과 어린이 구역 사이의 귀환 통로 하나가 봉쇄된다. 백도겸은 남은 구조 신호가 끊기기 전에 압력문을 완전히 닫겠다고 선언한다. 수백 개의 신호 중 하나가 갑자기 해온의 개인 주파수로 바뀌고, 수신기에는 윤이랑의 산소실 표식이 떠오른다.

윤해온은 폐관으로 밀어 넣던 작업자의 하네스를 잡아당겨 자신의 몸 쪽으로 되돌렸다. 젖은 리벳 사이로 청록빛이 번지고, 갈비뼈처럼 휘어진 배관 아래에서 검은 산호 가루가 물결처럼 흩어졌다. 작업자의 손이 해온의 장갑을 놓치자 그녀는 그 손목을 다시 움켜쥐고 비상 레버를 향해 팔을 뻗었다.

백도겸이 폭파 타이머를 해온의 수신기 앞에 들이밀었다. “한 사람 때문에 구역 전체를 닫게 하지 마.” 해온은 대답 대신 레버를 끝까지 당겼고, 심장축 안쪽의 톱니가 한 번 크게 맞물렸다. 마레가 몸을 비틀자 기관실 바닥이 기울었고, 백도겸은 난간을 붙잡은 채 타이머의 숫자를 손가락으로 눌러 줄였다.

압력문 너머에서 둔중한 잠금음이 세 번 울렸다. 어린이 구역으로 이어진 문이 내려오며 해온의 헬멧과 작업자 사이를 가로막았지만, 해온은 마지막 순간 하네스를 폐관 안으로 던져 작업자를 반대편으로 밀어 넣었다. 그때 겹쳐 울리던 구조 신호 하나가 찢긴 잡음 속에서 해온의 개인 주파수로 바뀌었고, 수신기 화면에 호박색 산소실 표식과 윤이랑의 이름이 번쩍 떠올랐다.

Scene 03·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까지 얼마 남지 않은 순간

이랑의 주파수

이랑의 주파수
Place마레 심장축 기관실, 어린이 구역으로 이어지는 닫힌 압력문 앞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까지 얼마 남지 않은 순간
Action윤해온은 개인 주파수로 바뀐 신호를 붙잡기 위해 수신기 케이블을 심장축의 생체 신호 단자에 강제로 밀어 넣는다. 백도겸은 폭파 타이머를 해온의 손등 위에 눌러 대며 구조 신호를 끊으라고 요구하고, 해온은 그를 밀쳐 내고 폐관 입구에 남은 작업자의 하네스를 고정한다. 압력문이 완전히 닫히자 해온은 귀환 레버를 당기지만, 백도겸이 비상 차단핀을 뽑아 문을 잠근다. 그 순간 수백 개의 신호 중 하나가 다시 해온의 개인 주파수로 바뀌고, 수신기 화면에 윤이랑의 산소실 표식이 떠오른다.
Impact첫 작업자는 폐관 안쪽으로 밀려나 살아남지만, 해온과 어린이 구역 사이의 귀환 통로가 봉쇄된다. 백도겸은 남은 구조 신호가 끊기기 전에 해온을 심장축 안쪽에 가두겠다고 선언한다. 윤이랑의 이름과 호박색 산소실 표식이 개인 주파수에 나타나면서, 해온은 동생의 구역에서 구조 요청이 들어오고 있음을 확인한다.

윤해온은 수신기 케이블을 심장축의 열린 단자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 젖은 리벳 사이로 청록빛이 번지고, 검은 산호 가루가 케이블 피복에 들러붙었다. 백도겸은 폭파 타이머를 그녀의 손등에 눌러 대며 폐관 안으로 밀려난 작업자의 하네스를 끊으려 했다. “이제 그만 놓아.” 해온은 팔꿈치로 백도겸의 가슴을 밀어내고, 반대손으로 하네스의 금속 고리를 폐관 난간에 걸었다.

압력문이 바닥을 긁으며 내려오자 해온은 작업자의 몸을 마지막 틈으로 밀어 넣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백도겸이 비상 차단핀을 뽑았고, 귀환 레버가 손잡이째 안으로 꺾였다. 해온은 잠긴 문에 어깨를 부딪쳤지만, 기관실 전체가 마레의 심장박동처럼 크게 흔들리며 그녀를 뒤로 튕겨 냈다. 수백 개의 구조 신호가 하나씩 끊기던 가운데, 단 하나의 호출음이 그녀의 개인 주파수로 바뀌었다.

수신기 화면에 호박색 산소실 표식과 윤이랑의 이름이 떠올랐다. 백도겸의 타이머 숫자가 그 위에서 줄어들었고, 닫힌 압력문 안쪽에서는 물방울이 해온의 헬멧을 연달아 때렸다. 해온은 꺼지지 않는 호출음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폐관 난간에 걸린 작업자의 하네스를 한 번 더 조였다.

Chapter 02

Scene 04·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전

개인 주파수의 문

개인 주파수의 문
Place마레 심장축 기관실과 닫힌 압력문 앞 통로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전
Action윤해온은 닫힌 압력문 아래의 점검판을 뜯고 자신의 개인 주파수로 반복되는 생체 신호를 따라 좁은 작업 통로에 진입한다. 서문라겸은 압력문 반대편에서 수신기를 붙잡고 신호의 방향을 확인하지만, 윤해온이 윤이랑의 산소실 위치를 묻자 일부 좌표를 손으로 가린다. 해온은 수위 표시가 새겨진 벽을 따라 기어가며 신호 단자를 압력문 제어선에 연결하고, 라겸에게 두 번째 작업자의 위치를 강제로 확인받는다.
Impact압력문 제어선이 잠깐 열리면서 해온은 신호가 윤이랑의 산소실이 아니라 폐쇄된 작업 통로 안쪽에서 보내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 순간 마레가 몸을 비틀어 통로를 흔들고, 어린이 구역 산소실의 수위가 한 칸 상승한다. 라겸이 건넨 생체 신호 지도에는 작업자들의 신호가 무작위가 아니라 특정 순서로 바깥 항로를 향해 배열된 흔적이 남고, 해온의 귀환 경로 세 곳에 잠금 표시가 동시에 켜진다.

윤해온은 압력문 아래에 렌치를 쑤셔 넣고 점검판을 뜯어냈다. 차가운 청록빛이 젖은 리벳과 검은 산호 가루 사이에서 번졌고, 열린 틈 안쪽에서 그녀의 개인 주파수 호출음이 짧게 반복됐다. 서문라겸은 문 반대편에서 낡은 수신기를 눌러 들고, 해온의 케이블을 신호 단자에 연결했다. “이랑이야?” 해온이 묻자 라겸은 화면의 호박색 표식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해온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점검 통로로 몸을 밀어 넣었다. 벽면의 수위 표시와 이름들이 헬멧 앞을 스쳐 갔고, 그녀는 신호가 강해질 때마다 검은 가루를 긁어내며 다음 단자를 찾았다. 라겸이 뒤에서 “세 번째 굴곡에서 멈춰”라고 외쳤지만, 해온은 잠금선을 끊고 비상 전원을 압력문 회로에 물렸다. 문이 손가락 두 개만큼 들리는 순간, 그 너머의 작업자가 문짝을 양손으로 붙잡고 몸 전체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마레의 진동이 통로를 꺾듯 흔들자 어린이 구역 산소실 쪽에서 수위 경보가 울렸다. 라겸의 수신기 화면에 새 지도가 펼쳐졌고, 생체 신호들이 바깥 항로를 향해 한 줄씩 이어졌다. 해온이 뒤돌아보자 기관실로 돌아가는 세 압력문에 잠금 표시가 동시에 켜졌고, 라겸은 가린 손을 천천히 내렸다.

Scene 05·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전

라겸이 지운 선

라겸이 지운 선
Place마레 심장축 기관실과 닫힌 압력문 안쪽 작업 통로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전
Action서문라겸은 검은 산호 가루가 번진 벽에 구조선을 다시 그리며 윤해온을 두 번째 작업자에게 안내한다. 윤해온은 라겸이 생체 신호 지도에서 지운 좌표를 찾아내고, 그 선을 따라 압력문 제어선을 강제로 연결한다. 라겸은 마레의 구조 순서를 누가 정했는지 묻는 해온의 질문을 피하려고 설계 기록의 핵심 부분을 물속에 숨긴다.
Impact압력문이 손가락 두 개만큼 열리며, 윤해온은 신호의 주인이 윤이랑이 아니라 작업 통로에서 문을 붙잡고 버티는 두 번째 작업자임을 확인한다. 해온은 자신의 산소관을 작업자에게 연결하고 그를 끌어내기 시작하지만, 생체 신호 지도에는 작업자들이 바깥 항로로 유도되도록 배열된 흔적이 드러난다. 해온이 돌아갈 세 압력문에 잠금 표시가 동시에 켜진다.

윤해온은 압력문 아래의 뜯긴 점검판을 발로 걷어차고, 몸을 좁은 작업 통로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젖은 리벳 사이로 차가운 청록빛이 번졌고, 병든 주황색 비상등이 그녀의 헬멧 위에서 짧게 맥박쳤다. 앞쪽 벽에는 수위 눈금과 이름들이 겹겹이 새겨져 있었으며, 개인 주파수 호출음은 그 사이에서 끊기지 않고 울렸다.

서문라겸은 해온의 뒤에서 검은 산호 가루를 장갑으로 문질러 내고, 손가락으로 새로운 구조선을 그었다. 해온이 그 선을 따라 생체 신호 단자를 꽂자 라겸은 젖은 설계 기록 한 장을 접어 배관 틈에 밀어 넣었다. “마레가 왜 이 순서로 사람을 부르지?” 해온이 묻자 라겸은 대답 대신 선의 가운데를 손바닥으로 지워 버렸다. 해온은 라겸의 손목을 붙잡아 멈추게 하고, 지워진 가루 아래 남은 좌표를 렌치 끝으로 긁어냈다.

압력문 제어선에 비상 전원이 물리자 문이 손가락 두 개만큼 들렸고, 그 틈에서 작업자의 헬멧과 양손이 나타났다. 작업자는 문을 온몸으로 붙잡고 있었고, 해온은 자신의 산소관을 뽑아 그의 조절기에 연결한 뒤 하네스를 잡아당겼다. 라겸의 수신기 화면에는 생체 신호들이 바깥 항로를 향해 한 줄씩 이어진 지도가 떠올랐고, 해온이 뒤돌아보는 순간 기관실로 돌아가는 세 압력문에 붉은 잠금 표시가 동시에 켜졌다.

Scene 06·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전

닫힌 길 너머

닫힌 길 너머
Place마레 심장축 기관실과 닫힌 압력문 안쪽 작업 통로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전
Action윤해온은 압력문 틈으로 몸을 밀어 넣은 뒤, 자신의 산소관을 두 번째 작업자의 조절기에 연결한다. 작업자가 문을 붙잡은 손을 놓지 못하자 해온은 하네스를 잡아당기고, 서문라겸은 뒤에서 비상 전원선을 붙들어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게 버틴다. 라겸은 생체 신호 지도의 일부를 지우려 하지만 해온이 그의 손목을 붙잡아 막고, 지워진 선 아래의 좌표를 드러낸다. 해온이 작업자를 끌어내는 순간, 어린이 구역과 기관실로 돌아가는 세 압력문이 동시에 잠긴다.
Impact두 번째 작업자는 살아서 압력문 안쪽으로 끌려 나오지만, 윤해온의 산소 잔량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윤이랑에게 연결된 개인 주파수는 작업자의 생체 신호와 겹쳐 더 이상 동생의 위치를 분명히 가리키지 못한다. 서문라겸의 생체 신호 지도에는 구조 신호들이 무작위가 아니라 바깥 항로를 향한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는 흔적이 드러난다. 해온은 작업자를 구했지만, 아우렐리아로 돌아가는 세 길을 동시에 잃는다.

윤해온은 압력문 아래의 틈으로 어깨를 밀어 넣고, 검은 산호 가루가 묻은 산소관을 작업자의 조절기에 꽂았다. 마레 심장축 기관실의 젖은 리벳 사이로 차가운 청록빛이 번졌고, 갈비뼈 같은 배관 위의 병든 주황색 비상등이 문틈을 짧게 잘랐다. 작업자는 양손으로 문을 붙든 채 헬멧을 흔들었지만, 해온은 그의 하네스를 잡아 자신의 쪽으로 끌었다. “놓으면 둘 다 깔려.” 서문라겸은 뒤에서 비상 전원선을 양손으로 눌러 잡고, 문이 닫히는 속도를 억지로 늦췄다.

마레가 몸을 비틀자 통로 바닥이 기울고, 어린이 구역 산소실의 수위 경보가 세 번 울렸다. 라겸은 수신기에 떠오른 생체 신호 지도 위로 손바닥을 문질러 바깥 항로로 이어진 선 하나를 지웠다. 해온은 그 손목을 낚아채고 렌치 끝으로 검은 가루를 긁어냈다. 지워진 자리 아래에는 작업자들의 신호가 차례로 이어진 좌표와, 심장축에서 멀어지는 화살표가 남아 있었다. 그 순간 기관실로 돌아가는 세 압력문의 붉은 잠금 표시가 한꺼번에 켜졌다.

해온은 산소관을 자신의 조절기에서 뽑지 않은 채 작업자의 하네스를 마지막으로 잡아당겼다. 금속 문이 헬멧을 스칠 만큼 내려왔고, 라겸은 전원선을 놓아 문 가장자리를 어깨로 받쳤다. 작업자의 몸이 기관실 바닥으로 굴러 나오자 해온은 그를 폐관 쪽으로 밀었지만, 수신기에서는 윤이랑의 이름과 낯선 생체 신호가 겹쳐 끊어진 호출음만 떨렸다. 라겸의 손에서 떨어진 지도는 물 위에 펼쳐졌고, 세 개의 붉은 잠금 표시가 그 위의 귀환선을 덮었다.

Chapter 03

Scene 07·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산호 시계가 자정으로 다가가는 폭풍 속

기억하는 조종석

기억하는 조종석
Place마레 조종석과 심장축 기관실 사이의 연결 통로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산호 시계가 자정으로 다가가는 폭풍 속
Action장무결이 조종석의 수동 덮개를 뜯어내고 반복 재생되는 과거 항법 기록을 강제로 멈춘다. 윤해온은 구조된 두 번째 작업자의 하네스를 붙든 채 조종석으로 밀고 들어가고, 서문라겸은 숨겨 둔 설계 기록의 좌표판을 꺼낸다. 무결은 기록 속 마레가 매번 같은 해저 협곡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두 사람에게 드러낸다.
Impact마레의 목적지가 폐기된 정착지가 아니라 생존자들을 모으도록 만들어진 해저 협곡임이 밝혀진다. 그러나 자동 항로를 따르면 어린이 구역의 압력문이 먼저 닫혀 윤이랑과 아이들이 희생될 위험이 커진다. 윤해온은 무결의 항로를 그대로 따를 수 없게 되고, 다음 장면에서 조종권을 빼앗을 명분을 얻는다.

장무결이 조종석의 봉인 덮개를 뜯어내자 녹슨 경첩이 부러져 그의 무릎 아래로 튀었다. 좁은 공간의 청록빛 계기판에는 현재 좌표 대신 같은 협곡의 윤곽이 겹겹이 반복되고, 폭풍 갑판 쪽 운송 레일이 선체 밖에서 거칠게 흔들렸다. 윤해온은 두 번째 작업자의 하네스를 잡아 조종석 바닥으로 끌어 넣으며 라겸의 산소관을 그의 조절기에 다시 꽂았다.

장무결이 손목 조류실을 세 번 두드리자 항법 기록이 과거의 출항 시각들을 차례로 토해 냈다. “이건 목적지가 아니야. 명령이야.” 윤해온이 케이블을 뽑으려 하자 무결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화면 한가운데 떠오른 해저 협곡의 입구를 가리켰다. 서문라겸은 젖은 설계 기록을 펼쳐 숨겨 둔 좌표판을 꺼냈고, 그 뒷면에는 사람들의 생체 신호가 협곡 안으로 모인 뒤 부유식 거처의 위치로 이어지는 선이 새겨져 있었다.

마레가 자동 항로를 따라 몸을 틀자 어린이 구역의 압력문 세 곳에서 붉은 잠금 표시가 동시에 켜졌다. 윤해온은 조종석 창 너머로 검은 심해를 가르는 청백색 해류와, 그 아래로 한 칸씩 내려가는 수위 신호를 보았다. 그녀는 무결의 손목 조류실에 렌치를 걸고 수동 전환 레버 쪽으로 몸을 밀어붙였고, 과열 경고가 한쪽 기관에서 불꽃처럼 번졌다.

Scene 08·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직전의 심해 폭풍 속

협곡으로 가는 길

협곡으로 가는 길
Place마레 조종석과 심장축 기관실 사이의 연결 통로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직전의 심해 폭풍 속
Action윤해온은 장무결이 반복 재생 중인 과거 항법 기록의 주 전원 케이블을 잡아 뽑으려 한다. 장무결은 그녀의 손목을 붙들고 자동 항로를 유지하려 하지만, 서문라겸이 숨겨 둔 설계 기록을 조종석 판넬 안에서 꺼내 두 사람 사이에 펼친다. 기록에는 마레가 폐기된 정착지가 아니라 생존자들을 해저 협곡으로 모은 뒤 부유식 산호 거처로 보내도록 설계되었다는 좌표가 남아 있다. 윤해온은 어린이 구역의 수위 신호가 항로 전환과 동시에 붉게 내려가는 것을 보고, 장무결의 조류실을 렌치로 꺾어 수동 항로 레버를 강제로 돌린다.
Impact마레는 자동 항로를 따라 협곡으로 향하지만, 그 경로를 유지하면 어린이 구역의 압력문 세 곳이 먼저 잠긴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윤해온이 수동 전환을 시작하면서 고래의 한쪽 기관이 과열되고, 폭풍 갑판으로 이어지는 운송 레일의 출항 표시가 지연된다. 협곡 바깥으로 향하는 새 경로는 열리지만, 마레는 즉시 출항하지 못한 채 과열된 기관을 식혀야 하는 상태에 놓인다.

윤해온은 장무결의 손목 조류실에 렌치를 걸고 조종석의 수동 레버 쪽으로 그를 밀어붙였다. 젖은 리벳 사이로 번지는 청록빛 아래, 두 번째 작업자의 하네스가 바닥에 걸려 끌려왔고 서문라겸은 한 손으로 그의 산소관을 붙잡았다. “이 항로를 놓으면 협곡에 못 들어가.” 장무결이 조류실을 세 번 두드리자 화면 속 해저 협곡이 겹쳐졌고, 어린이 구역의 수위 표시가 한 칸씩 붉게 내려갔다.

서문라겸은 조종석 판넬의 나사를 뜯어 젖은 기록판을 꺼냈다. 기록판 뒷면에는 폐기된 정착지가 아니라 협곡 안쪽의 생체 신호 집결점과 부유식 산호 거처로 이어지는 좌표가 새겨져 있었다. 윤해온이 기록판을 빼앗아 계기판 위에 눌러 놓자, 기존 항로 아래에서 어린이 구역 압력문 세 개의 잠금 표시가 동시에 켜졌다. 장무결이 그녀의 팔을 당겼지만 윤해온은 렌치로 그의 조류실 연결부를 꺾고 수동 전환 레버를 끝까지 밀었다.

마레의 오른쪽 기관에서 불꽃이 튀며 조종석 바닥이 솟구쳤고, 폭풍 갑판의 운송 레일이 선체 밖에서 끊어질 듯 휘었다. 라겸은 작업자의 하네스를 자신의 몸에 묶고, 해온은 새 좌표를 레버 옆의 산호판에 금속 끝으로 깊게 긁어 새겼다. 기관 과열 경고가 붉은 띠로 번지는 동안 협곡 바깥을 향한 항로 하나만 청록색으로 열렸다.

Scene 09·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직전

부러진 조류실

부러진 조류실
Place마레 조종석과 심장축 기관실 사이의 연결 통로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직전
Action윤해온은 장무결의 손목 조류실에 렌치를 걸고 수동 전환 레버 쪽으로 그를 밀어붙인다. 장무결은 자동 항로를 지키려 버티지만, 해온은 조류실 연결부를 꺾어 항법 명령을 끊고 새 좌표를 직접 입력한다. 서문라겸은 두 번째 작업자의 하네스와 산소관을 붙든 채 흔들리는 조종석에서 구조자를 고정한다.
Impact마레의 기존 협곡 항로가 중단되고, 협곡 바깥으로 향하는 새 항로가 열린다. 그러나 수동 전환의 충격으로 오른쪽 기관이 과열되며 폭풍 갑판의 운송 레일이 출항 지연 표시를 띄운다. 귀환 압력문 세 곳은 동시에 잠기고, 구조된 작업자들은 과열된 마레 안에서 더 오래 버텨야 한다.

윤해온은 장무결의 손목 조류실에 렌치를 걸고 그를 수동 전환 레버 쪽으로 밀어붙였다. 좁은 연결 통로의 젖은 리벳마다 차가운 청록빛이 번졌고, 갈비뼈처럼 휘어진 배관 사이의 병든 주황색 비상등이 세 사람의 팔과 얼굴을 끊어 비췄다. 장무결은 조류실을 움켜쥔 채 레버를 막았고, 서문라겸은 바닥에 끌리는 두 번째 작업자의 하네스를 자신의 허리에 묶었다.

“그 길을 끊으면 협곡에 못 들어가.” 무결이 외쳤다. 윤해온은 대답 대신 렌치를 비틀었고, 금속 연결부가 짧은 파열음과 함께 부러졌다. 화면에 반복되던 협곡 좌표가 꺼지자 어린이 구역 압력문 세 곳의 붉은 잠금 표시가 동시에 켜졌고, 라겸은 작업자의 산소관을 다시 조절기에 눌러 끼웠다.

마레의 오른쪽 기관에서 불꽃이 튀며 조종석 바닥이 솟구쳤다. 윤해온은 새 좌표를 레버 옆 산호판에 깊게 긁어 넣었고, 폭풍 갑판의 운송 레일에는 출항 지연을 알리는 주황색 띠가 번졌다. 협곡 바깥을 향한 항로 하나만 청록색으로 남은 가운데, 부러진 조류실이 장무결의 손목에서 흔들리며 검은 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Chapter 04

Scene 10·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산호 시계가 자정 자동 잠금에 들어가기 직전

검은 가루 속의 마지막 신호

검은 가루 속의 마지막 신호
Place마레 심장축 기관실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산호 시계가 자정 자동 잠금에 들어가기 직전
Action윤해온은 검은 산호 가루가 들러붙은 심장축 하부 덮개를 뜯어 마지막 생체 신호의 발신기를 찾아낸다. 서문라겸은 눌린 팔로 신호 방향을 안내하지만, 백도겸이 기관실로 들어와 폭파 타이머를 심장축에 고정하고 귀환 압력문을 닫는다. 해온은 신호 발신기와 폭파 회로를 동시에 붙잡은 채 백도겸의 손목을 막아선다.
Impact마지막 작업자의 생체 신호가 심장축 안쪽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지만, 귀환 압력문이 닫혀 해온과 구조된 작업자들의 도시 복귀로가 끊긴다. 폭파 타이머가 심장축과 연결되면서 백도겸이 손목을 빼는 순간 마레와 내부 작업자들이 함께 폭파될 상황이 된다. 서문라겸의 산소 잔량과 자정까지의 시간이 동시에 줄어들고, 해온은 백도겸의 폭파 회로를 끊기 위해 대피 명단을 빼앗을 계기를 얻는다.

윤해온은 검은 산호 가루가 고인 심장축 하부 덮개를 렌치로 후려쳐 뜯어냈다. 젖은 리벳 사이에서 병든 주황색 비상등이 번쩍였고, 덮개 안쪽의 가느다란 생체 신호선이 그녀의 장갑에 감겼다. 서문라겸은 눌린 팔을 배관에 고정한 채 수신기를 들어 올렸다. “왼쪽 아래야. 신호가 아직 끊기지 않았어.”

해온이 신호선을 당기자 심장축 안쪽에서 둔탁한 두드림이 세 번 울렸다. 그 순간 백도겸이 좁은 통로를 밀고 들어와 폭파 타이머를 축의 잠금 고리에 걸었다. 그는 해온의 팔을 걷어내고 귀환 압력문의 제어선을 잡아당겼으며, 철문은 검은 가루를 튀기며 내려왔다. “손목을 빼면 끝난다.” 백도겸이 타이머를 돌리자 해온은 그의 손목을 배관에 눌러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 심장축 안쪽에서 떨리는 신호 단자를 움켜쥐었다.

압력문 너머에서 마지막 생체 신호가 한 번 길게 울린 뒤 끊겼다. 서문라겸은 자신의 산소관을 해온 쪽으로 밀어 보냈고, 백도겸의 안주머니에서 젖은 대피 명단이 물 위로 떠올랐다. 해온은 명단을 낚아채 타이머 아래에 눌러 두었고, 백도겸의 손목에는 자정까지 남은 붉은 숫자만 번졌다.

Scene 11·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직전

물 위에 뜬 이름들

물 위에 뜬 이름들
Place마레 심장축 기관실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자정 직전
Action윤해온은 백도겸의 안주머니에서 젖은 대피 명단을 낚아채 물에 흩뜨린다. 백도겸이 명단을 건지려 몸을 숙이는 사이, 해온은 폭파선이 연결된 그의 손목을 배관에 눌러 고정한다. 서문라겸은 눌린 팔로 심장축의 신호선을 붙잡아 마지막 작업자의 생체 신호를 유지한다. 해온은 백도겸에게 물 위에 떠오른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소리 내어 읽으라고 강요한다.
Impact백도겸은 폭파 집행자의 숫자 명령 대신 대피 명단의 이름을 입으로 되풀이하게 된다. 명단의 마지막 줄까지 읽는 동안 폭파 타이머의 잠금 숫자가 줄어들고, 해온은 심장축과 폭파 회로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귀환 압력문은 완전히 닫혀 구조자들과 해온은 기관실 안에 갇힌다. 물 위에 떠 있던 명단 한 장이 심장축의 수동 레버에 걸리며, 그 빈칸이 아직 선택되지 않은 사람들의 자리로 남는다.

윤해온은 백도겸의 안주머니에서 젖은 대피 명단을 잡아채 심장축 기관실의 얕은 물 위로 내던졌다. 종이 묶음이 병든 주황색 비상등 아래 흩어지고, 검은 산호 가루가 잉크를 번지게 했다. 백도겸이 무릎을 꿇고 첫 장을 건지자 해온은 그의 폭파 타이머 손목을 갈비뼈처럼 휘어진 배관에 세게 눌렀다.

“손을 빼면 전부 끝나.” 백도겸이 이를 악물었지만, 해온은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폭파선을 잡아당겨 팽팽하게 만들었다. 서문라겸은 눌린 팔을 움직여 심장축 안쪽의 생체 신호선을 해온 쪽으로 밀었고, 마지막 작업자의 신호음이 짧게 세 번 떨렸다. 해온은 물에 떠오른 명단 한 장을 백도겸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읽어. 숫자 말고 이름으로.”

백도겸은 처음에는 입을 다물었지만, 해온이 타이머를 그의 산소 밸브에 밀어붙이자 첫 이름을 내뱉었다. 이름 하나가 기관실의 금속 벽에 부딪힐 때마다 산호 시계의 톱니 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가까워졌고, 닫힌 압력문 너머의 물이 해온의 허리까지 차올랐다. 마지막 장은 심장축 수동 레버에 걸려 젖은 채 펄럭였고, 빈 마지막 줄 위로 붉은 폭파 숫자가 한 칸씩 내려갔다.

Scene 12·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산호 시계 자정 직전

손목에서 빠진 잠금핀

손목에서 빠진 잠금핀
Place마레 심장축 기관실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산호 시계 자정 직전
Action윤이랑이 침수 통로를 헤치고 기관실로 들어와 자신이 귀환 지도를 관리실에 넘겼다고 밝힌다. 윤해온은 이랑의 손을 심장축 수동 레버에 얹고, 백도겸에게 대피 명단의 마지막 이름까지 읽으라고 강요한다. 백도겸은 끝내 폭파 잠금핀을 자신의 손목 타이머에서 뽑아 심장축 회로를 끊는다.
Impact폭파 회로는 멈추지만 닫힌 압력문 때문에 윤해온과 윤이랑, 서문라겸, 구조된 작업자들은 기관실 안에 갇힌다. 마레는 아직 심장축과 연결된 채이고, 레버를 당기면 열린 바다로 나갈 수 있지만 아우렐리아의 어린이 구역이 다시 침수될 위험이 남는다. 폭파를 피한 사람들은 이제 도시를 버릴지, 기관실 안에서 함께 가라앉을지 선택해야 한다.

윤이랑이 닫힌 압력문 아래로 몸을 밀어 넣자 윤해온은 물속에서 그의 주황색 비상 하네스를 붙잡아 기관실 안으로 끌어당겼다. 젖은 통로 지도가 이랑의 재킷에서 빠져나와 검은 산호 가루 위에 펼쳐졌고, 세 개의 귀환 경로에는 관리실의 붉은 봉인 표시가 겹쳐 있었다. “내가 넘겼어.” 이랑이 숨을 삼키며 말했다. “누나가 돌아오면, 다른 아이들이 먼저 죽을 것 같았어.”

윤해온은 대답 대신 이랑의 손목을 잡아 심장축 수동 레버 위에 눌렀다. 백도겸이 몸을 비틀어 두 사람을 떼어 내려 했지만, 해온은 그의 폭파 타이머를 배관에 걸고 젖은 대피 명단을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백도겸은 병든 주황색 비상등 아래서 이름을 하나씩 읽었고, 이름이 끝날 때마다 산호 시계의 톱니 소리가 통신기 너머에서 가까워졌다. 서문라겸은 눌린 팔로 마지막 생체 신호선을 붙잡았고, 심장축 안쪽의 작업자는 짧게 세 번 두드렸다.

마지막 이름이 백도겸의 입에서 떨어지자 그는 타이머의 잠금핀을 뽑았다. 작은 금속 핀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폭파 숫자가 검게 꺼졌지만, 닫힌 압력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랑의 손 아래 수동 레버가 청록색으로 켜지고, 마레의 거대한 몸이 기관실 벽 너머에서 한 번 뒤틀렸다. 물 위에 남은 대피 명단의 빈 마지막 줄이 레버 손잡이에 걸린 채 흔들렸다.

Chapter 05

Scene 13· 자정 직후, 마레가 출항하기 전

폭풍 갑판의 마지막 운반

폭풍 갑판의 마지막 운반
Place마레 외벽 폭풍 갑판과 부유식 산호 거처 사이의 운송 레일
Time자정 직후, 마레가 출항하기 전
Action윤해온은 과열된 운송 레일의 잠금쇠를 쇠지렛대로 부수고, 구조된 작업자 한 명을 운반 바구니에 밀어 넣는다. 윤이랑은 물에 젖은 대피 명단에 작업자들의 이름과 산소 잔량을 큰 소리로 기록한다. 백도겸은 끊어진 폭파 회로의 잔해를 붙잡고 레일을 멈추려 하지만, 장무결이 그의 손을 떼어 내며 고래를 움직이지 않으면 갑판 전체가 침수된다고 맞선다. 해온은 마지막 운반 바구니의 고정 로프가 풀리자 자신의 하네스를 로프에 걸어 바구니와 함께 난간 밖으로 끌려간다.
Impact마지막 작업자와 구조된 사람들은 부유식 산호 거처로 옮겨지지만, 해온의 하네스 고리가 레일의 부식된 이음새에 박혀 운반 장치가 갑판 가장자리에 매달린다. 백도겸은 해온을 구하려고 레일을 되돌리려 하고, 그 순간 마레의 오른쪽 기관이 다시 과열되어 갑판 아래의 해류가 솟구친다. 해온은 백도겸의 손에서 대피 명단을 빼앗아 이랑에게 던지고, 자신을 끌어올리는 대신 마지막 바구니의 로프를 절단하라고 명령한다. 바구니가 거처 쪽으로 미끄러져 가는 동안 해온은 갑판에 남고, 장무결은 조종석에서 강제 출항 신호를 받는다.

윤해온은 쇠지렛대를 운송 레일의 잠금쇠에 박아 비틀어 부쉈다. 외벽 폭풍 갑판 아래로 청백색 해류가 검은 심해를 가르며 지나갔고, 녹슨 레일 위의 마지막 운반 바구니가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구조된 작업자의 하네스를 잡아 바구니 안으로 밀어 넣은 뒤, 젖은 로프를 두 겹으로 감았다. “이름.” 윤이랑이 난간에 무릎을 꿇고 대피 명단을 펼쳤다. “이름을 말해 줘, 누나.”

윤해온이 작업자의 이름을 외치자 이랑은 산소 잔량 옆에 그것을 적었다. 백도겸은 끊어진 폭파선 조각을 레일 제어함에 찔러 넣으며 운반 장치를 멈추려 했지만, 장무결이 그의 손목을 붙잡아 뒤로 당겼다. “멈추면 갑판이 먼저 뜯겨 나가.” 장무결이 말하며 조종석의 비상 레버를 당겼고, 그 충격에 레일의 고정 로프 하나가 끊어졌다. 마지막 바구니가 부유식 산호 거처 쪽으로 미끄러지자 윤해온은 자신의 하네스를 바구니 로프에 걸었고, 몸이 난간 밖으로 끌려 나갔다.

백도겸이 해온을 끌어올리려고 레일을 되돌리는 순간 마레의 오른쪽 기관이 굉음을 내며 갑판을 들어 올렸다. 해온은 한 손으로 부식된 이음새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 대피 명단을 낚아채 윤이랑에게 던졌다. “로프를 잘라.” 이랑이 고개를 저었지만, 해온은 바구니 안 작업자의 이름을 다시 외쳤다. 윤이랑은 이를 악물고 칼날을 로프에 내리쳤고, 바구니는 거처의 녹색 산호 난간 아래로 떨어져 사람들의 손에 걸렸다. 해온의 하네스 고리만 텅 빈 레일 끝에서 흔들리는 동안, 장무결의 조종석에 강제 출항 신호가 붉게 켜졌다.

Scene 14· 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강제 출항 신호 직후

고래가 고른 길

고래가 고른 길
Place마레 조종석과 외벽 폭풍 갑판 사이의 연결 통로
Time아우렐리아 건설 43주년 마지막 날, 강제 출항 신호 직후
Action윤해온은 흔들리는 운송 레일의 비상 제어봉을 뽑아 조종석 수동 조타 장치에 꽂는다. 장무결은 과거 항법 기록의 협곡 항로를 되살리려 하며 해온의 손을 밀어내고, 백도겸은 끊어진 폭파선으로 레일 전원을 붙잡는다. 윤이랑은 부유식 산호 거처의 위치와 어린이 구역의 압력 수치를 대피 명단 뒷면에 적어 해온에게 내민다. 해온은 그 수치를 근거로 마레를 협곡이 아닌 폭풍과 아우렐리아 사이로 돌린다.
Impact마레의 오른쪽 기관이 과열되며 연결 통로의 바닥판이 들리고, 운송 레일이 부유식 산호 거처 쪽으로 강제로 열린다. 장무결은 협곡 항로의 자동 명령을 끊고 수동 조타를 해온에게 넘기지만, 그 순간 마레와 아우렐리아 사이의 외벽이 크게 갈라진다. 외부 해류가 고래의 몸통을 정면으로 때리면서 도시로 향하던 물길이 마레 쪽으로 꺾이고, 구조된 사람들을 실은 마지막 바구니가 거처의 산호 난간에 걸린다. 마레는 폭풍을 막는 위치에 멈춰 서고, 부유식 산호 거처로 이어지는 출항로가 열린다.

윤해온은 흔들리는 운송 레일의 비상 제어봉을 쇠지렛대로 뽑아 장무결의 조종석 콘솔에 박았다. 외벽 폭풍 갑판 아래에서 청백색 해류가 검은 심해를 찢고, 병든 주황색 비상등이 젖은 통로의 리벳마다 끊겨 번졌다. 장무결이 해온의 손목을 붙잡아 협곡 항로의 레버 쪽으로 밀어붙였다. “고래는 저 길을 기억해.” 그가 외쳤지만, 윤이랑은 대피 명단 뒷면을 해온의 헬멧 앞에 들이밀었다. 어린이 구역의 수위와 부유식 산호 거처의 좌표가 검은 산호 가루 위에 나란히 적혀 있었다.

윤해온은 종이를 접어 조타 틈에 끼우고 수동 손잡이를 끝까지 당겼다. 장무결이 자동 항법선을 끊자 협곡으로 향하던 푸른 선이 꺼지고, 마레의 머리가 폭풍 갑판과 아우렐리아 사이로 돌아갔다. 백도겸은 레일 제어함에 꽂은 폭파선 조각을 빼려 했지만, 과열된 오른쪽 기관이 통로를 뒤흔들어 그를 난간에 내리쳤다. 외벽이 갈라지며 들어온 해류가 마레의 금속 몸통을 밀었고, 도시로 향하던 물살은 고래의 옆구리를 타고 검은 바다로 흘러갔다. 마지막 운반 바구니가 부유식 산호 거처의 녹색 난간에 걸리자 윤이랑이 로프를 감아 묶었고, 장무결은 떨리는 손으로 새 항로의 첫 좌표를 지웠다.

Scene 15· 폭풍이 잦아든 직후, 아우렐리아를 떠난 첫날

새 거처의 첫 이름

새 거처의 첫 이름
Place부유식 산호 거처
Time폭풍이 잦아든 직후, 아우렐리아를 떠난 첫날
Action윤해온은 젖은 대피 명단을 부유식 산호 거처의 아직 굳지 않은 산호 벽에 대고 쇠못으로 첫 줄을 긁어낸다. 백도겸은 그녀의 손에서 명단을 빼앗아 마지막 빈칸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장무결은 조종석에서 지워진 협곡 항로 아래 새 항로의 좌표를 새긴다. 윤이랑은 해온이 부른 구조자들의 이름과 산소 잔량을 벽에 옮겨 적는다.
Impact사람들은 숫자로만 남아 있던 대피 명단을 거처의 공동 명부로 바꾼다. 백도겸은 도시를 버린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고 자신의 이름 아래에 직접 기록하며, 장무결은 마레의 기억이 정한 길 대신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남은 길을 남긴다. 마레는 폭풍과 아우렐리아 사이에서 외부 해류를 받아내고, 부유식 산호 거처는 이동 공동체의 첫 정박지가 된다.

윤해온은 쇠못을 산호 벽에 박아 젖은 대피 명단의 첫 이름을 거칠게 긁어냈다. 크림색 작업등 아래 새로 자란 녹색 산호가 패널 이음새를 붙잡고 있었고, 발밑의 얕은 물결이 접이식 침상과 매달린 산소통을 천천히 흔들었다. “이름을 크게 말해.” 해온이 윤이랑에게 명단을 내밀었다.

윤이랑이 구조된 작업자의 이름을 외치자 해온은 그 이름을 벽에 새겼고, 백도겸은 명단을 낚아채 마지막 빈칸에 펜을 눌렀다. 잉크가 번진 자리에는 백도겸의 이름과 산소 잔량이 함께 남았다. 장무결은 젖은 조종석 판을 들고 와 협곡 항로의 푸른 선을 지운 뒤, 그 아래 부유식 산호 거처를 통과하는 새 좌표를 손칼로 파냈다. “고래가 기억한 길은 끝났어.” 장무결이 말하자 백도겸은 대답 대신 자신의 이름 아래 도시 관리자라는 직함을 지웠다.

윤이랑은 해온의 손에서 쇠못을 받아 구조된 사람들의 이름을 한 줄씩 이어 갔다. 멀리서 마레의 금속 몸통이 폭풍과 아우렐리아 사이에 걸린 채 해류를 받아냈고, 부유식 거처의 로프가 팽팽해졌다. 마지막 빈 줄에 해온은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고, 다음 사람을 위한 자리를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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