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번화한 도심에 우뚝 솟은 거대 기업 '하이퍼루프 테크놀로지'의 연구동. 자가 비행 자동차 엔지니어 한준석은 창가에 앉아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빠르게 지나가는 수많은 비행 자동차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최근 자신이 개발 중인 차세대 비행 모듈의 안전성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5년 전,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기업들의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이 맞물리며 자가 비행 자동차는 급속도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이 신기술은 소수의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 되어버렸고, 이는 곧 새로운 형태의 계급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었다.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된 사회에서, 비행 자동차를 갖지 못한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준석의 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비행 이동 수단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이은 테스트 실패로 팀 내부의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출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한 팀장,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겠어요?"
준석의 고민을 깨트린 것은 다름 아닌 '하이퍼루프 테크놀로지' 사장이자 국가 경제 전략회의 위원이기도 한 오성진의 말이었다. 오 회장은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비행 자동차 기술의 전면적 도입을 서두르는 인물로, 그간 준석의 연구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회장님, 지금 연구실에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인데..."
"자네도 알다시피 시장의 눈은 지금 우리에게 쏠려 있네. 비행차 대중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게 바로 우리 회사라는 거 말일세.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걸 언제까지 기다릴 순 없잖은가. 우리가 주저하는 사이 글로벌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네."
준석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내내 안전성 문제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회장의 말대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건 이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오 회장과 헤어진 준석은 연구실로 돌아가는 길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AI 로봇 연구원 강진우였다. 진우는 클라우드 브레인 기반의 중앙 교통관제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야,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어. 요즘 연구 잘 되가?"
"글쎄... 기술적으로는 점점 진전되는 것 같은데, 그게 정말 우리가 바라는 방향일까 싶어서 말이야."
"너도 꼭 나 같은 소리한다. 요즘 AI 기술에 윤리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잖아. 인공지능에 맡겨도 괜찮을까, 진짜 인간을 위한 기술이 맞을까... 우리가 만든 게 어떻게 쓰일지 어떻게 알겠어."
"맞아. 기술이 가진 힘과 우리의 책임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가 어려워. 어쨌든 고맙다. 넌 정말 나랑 통하는 구나."
두 친구는 어깨동무를 한 채 캠퍼스를 빠져나왔다. 그들 앞에 펼쳐진 세상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속에 아른거리는 불안감 또한 어렴풋이 느껴졌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편리함과 부작용. 그 모순적인 풍경을 바라보는 준석의 마음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
한편, 시민단체 '함께살자' 대표 이서윤은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비행 자동차=기술 양극화' '개발 보다 분배가 우선이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든 채 서윤은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소수만을 위한 사치품이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 아닙니까. 정부는 기술 개발에만 혈안이 되어 정작 중요한 사회 문제 해결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서윤의 눈에는 한껏 열기가 서려 있었다.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그녀는 또박또박 자신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녀의 일갈은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기술 양극화 문제에 대한 경종이었다.
이처럼 각기 다른 고민과 신념을 안고 준석과 서윤, 그리고 진우는 저마다의 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바람직한 기술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그들 앞에는 또 어떤 도전과 갈등이 기다리고 있을까. 세 사람의 운명은 예기치 않은 사건을 계기로 서서히 얽혀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하이퍼루프 테크놀로지'에서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시험 비행 도중 추락한 자가 비행 자동차에서 핵심 기술 유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회사 측은 신속히 사고 은폐에 나섰고, 한준석은 진상 규명에 나서던 중 회사의 강력한 압박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서윤은 분노했다. 회사 측의 무책임한 행태, 그 이면에 도사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야겠다는 결심이 그녀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했다.
"한 팀장님, 비밀리에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제가 사고 관련 중요한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서윤은 준석에게 그간 자신이 입수한 정보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고를 은폐하려는 시도, 고위 관계자들과 정부의 유착 가능성까지. 준석은 충격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궜다.
한편, 사고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첨단 AI 블랙박스 영상 복원 작업을 통해 밝혀진 사실. 사고 직전 문제의 비행체 주변을 맴돌던 정체불명의 드론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주시하던 강진우는 끝내 침묵을 깨기로 결심했다. 정부와 하이퍼루프 측에 의해 진실이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그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가 보유한 기술력이라면 사고의 진상
Comments
Comments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