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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Original · 6 scenes · 1 chapters

국가를 팔아 구원한 남자

attractive Darwinopterus 91Creator’s page

전쟁 전야의 베오그라드, 시대의 균열 속 악취 나는 지하실에서 시작된 대화 하나. 파시치가 내딛는 스무 개의 계단은 곧 역사의 중대 분기점이 되고, 아피스의 심연 같은 시선은 미래의 톱니바퀴를 숨죽여 돌린다. 국가의 운명을 뒤흔들 한밤중의 밀담, 그리고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전략가의 피로 얼룩진 심리전. 단 한 번의 협박, 하나의 결정이 인간의 나약함과 권력의 괴물성을 동시에 파헤친다. 선택의 순간, 두 남자의 그림자는 새로운 전쟁의 불씨가 되며, 수지와 강물 내음만큼이나 잊히지 않을 역사가 그 자리에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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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in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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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in컨셉 &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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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in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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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cters

The riders

파시치 밀로반

Male

정치가, 비밀 결사 조직의 설계자

Profile

파시치 밀로반은 세르비아계 베오그라드 출신으로, 47세의 나이에 이미 정치권의 음지와 양지를 모두 경험한 노련한 정치가이자, 도시 지하 깊숙이 뿌리내린 비밀 결사 ‘도브라 루카’의 설계자이다. 182cm의 키에 중간보다 약간 마른 체형, 깊게 패인 눈매와 뾰족한 콧날, 잘 다듬어진 검은 머리칼이 언제나 뒤로 단정히 넘겨져 있다. 그의 눈동자는 흑요석처럼 어두우면서도, 대화를 나누는 이의 숨소리와 미세한 떨림까지 꿰뚫는 집요함을 품고 있다. 오래된 군용 외투와 어깨에 살짝 걸친 낡은 스카프, 단정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검정 정장은 공식석상과 지하조직의 모임 어디서든 자연스레 스며드는 그의 이중적 삶을 드러낸다.

빈곤한 어린 시절과 오스만 잔재의 억압, 혁명기의 혼란 속에서 생존을 위해 언어와 권모술수를 독학하며 성장했으며, 타인의 약점을 읽는 비상한 관찰력과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뒤집는 설득력이 최대 무기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불신과 냉철함, 그러나 동료의 희생에 무심한 듯 보이면서도 은근히 책임감을 느끼는 이중성, 그리고 권력의 본질에 대한 집착이 그를 움직인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을 읽고, 필요하다면 스스로 더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지만, 사소한 도덕적 양심의 흔적이 문득 그의 결단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유머라기보단 역설과 빈정거림이 섞인 짧은 말투, 공식 석상에서는 단호하지만 지하실 대화에서는 때론 낮고 느릿하게, 베오그라드 특유의 거친 억양을 살려 말을 건넨다. 최근에는 늘어난 흰머리와 손끝의 미세한 떨림을 스스로 의식하며, 권력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한계를 자각하는 중이다. 밀로반의 모든 선택과 망설임, 그리고 그만의 냉소적 세계관은 곧 전쟁 전야의 베오그라드라는 혼돈의 무대에서,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된다.

드라군 아피스 페트로비치

Male

군 정보국장

Profile

드라군 아피스 페트로비치는 세르비아계로, 베오그라드의 어둡고 혼란스러운 정치 지형 속에서 43세의 나이에 군 정보국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186cm의 큰 키에 군살 없는 건장한 체격을 가졌으며, 각진 턱과 매서운 눈매, 검은 머리는 늘 짧게 다듬어져 있다. 이마엔 오래전 칼에 베인 듯한 옅은 흉터가 남아 있어, 그가 단순한 책상물림이 아님을 드러낸다. 복장은 항상 깔끔한 군복에, 구식 은제 시계를 왼쪽 손목에 차고 다니는데, 이는 오래전 전우의 유품이다. 그의 말투는 조용하지만 단호하며, 표준어에 가까운 세르비아어를 사용하나, 감정이 격해질 때면 남부 방언이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아피스는 평생을 국가와 민족이라는 명분 아래 살아왔으나, 실은 권력 자체에 깊은 매혹을 느끼며,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인간의 약점을 읽어내는 데 능하다. 결단력과 치밀한 계산이 강점이지만, 스스로를 절대적으로 통제하려는 강박이 때때로 불필요한 잔인함과 완고함으로 비화한다. 어린 시절,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전란 속 가족을 잃은 그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일찍 체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언제나 먼저 움직여 선제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전략을 선호한다. 현재는 위태로운 평화 속에서 국가의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쥐고 흔들려는 야심을 품고 있으며, 파시치와는 수십 년 전부터 경쟁과 동맹을 오가는 미묘한 관계를 이어왔다.

남몰래 즐기는 습관은 술 대신 차가운 강물에 손을 담그는 것—이때만큼은 무너질 듯한 불안 속에서도 잠시나마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굵으며, 대화 상대를 단숨에 압도하는 힘이 있다. 아피스는 자신의 신념과 국가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어떤 비정함도 마다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 이면엔 자신의 선택과 책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언젠가 올 역사의 심판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야스민 카라노비치

Female

사회주의 신문 기자

Profile

야스민 카라노비치, 서른다섯 살의 세르비아계 여성은 베오그라드 빈민가의 좁고 어두운 골목에서 자라난 사회주의 신문 기자다. 키는 168cm로 군더더기 없이 마른 체형이고, 각이 진 광대뼈와 깊게 패인 눈두덩이, 곧은 콧날 위로는 무수한 밤샘 취재의 흔적처럼 얇은 흉터 하나가 스며 있다. 짙은 흑갈색 머리는 늘 질끈 묶거나 헝클어진 채이며, 손가락 끝엔 잉크와 담배 냄새가 고여 있다. 야스민은 낡은 트렌치코트와 회색 울스웨터, 바지 차림을 고집하며, 군화는 늘 진흙투성이지만 그 안엔 구겨진 붉은 손수건을 숨긴다.

가난과 전쟁, 부패한 권력 아래서 자란 경험이 뼛속까지 각인되어, 권력 앞에선 늘 비판적이고 누구의 말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사투리 섞인 거친 말투와 빠른 어조, 때때로 휘파람을 섞는 습관이 있으며, 대화 중엔 상대의 눈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본다. 약자에겐 유난히 따뜻하지만, 스스로 정한 선을 넘으면 누구든 가차 없이 몰아붙인다. 파시치의 신념과 전략을 냉철하게 분석하며, 동시에 그가 놓치는 서민의 절망과 분노를 대변하는 유일한 목소리다. 아피스와는 과거 우연히 스캔들을 취재하다 맞선 적이 있는데, 그때의 냉혹한 시선과 지금도 이어지는 불신이 미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취재 현장에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쫓는 집요함과 정보망 구축 능력은 누구보다 탁월하다. 그러나 권력의 거대한 톱니바퀴에 휘말릴 때마다 자신이 정말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혹은 또 다른 누군가의 도구가 된 건 아닌지 내심 두려워한다. 야스민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한 폭로가 아니라,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에 있다. 그런 그녀의 존재는 파시치의 치밀함과 아피스의 냉혹함 사이에서, 종종 결정적인 균열의 시발점이 되고, 동시에 누구보다 예리한 도덕적 기준을 들이대며 두 남자의 길을 흔든다.


Synopsis

Plot

# 침묵의 순교자
## 전체 스토리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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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베오그라드 대학교. 1992년 11월.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고 있다. 세르비아는 다시 한번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대학원생 **스테판**은 역사학과 지하 자료실에서 흑수단의 수장 **드라구틴 디미트리예비치 — 아피스**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훈장, 편지, 군용 지도, 그리고 마흔두 권의 책.

마흔한 번째 책에서 그는 멈춘다.

프랑스어로 쓰인 책. 그 성격상 아무도 쉽게 열어보지 않을 종류의 책. 누군가 오랜 시간을 들여 칼로 파낸 자리 안에 — 일기장 하나가 있다.

그는 지도교수 **밀라 부키치**를 부른다.

첫 페이지.

*"아피스가 내 손을 잡았다. 신이시여, 저를 용서하소서. 우리 둘 다를."*

서명: 니콜라 파시치. 전 세르비아 총리. 1917년 반역죄로 처형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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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 주권자의 도박
### 1914년 7월.

유럽은 전쟁 직전이다.

**니콜라 파시치**, 69세, 세르비아 총리. 책상 위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최후통첩이 놓여 있다. 그는 이것을 열한 번 읽었다.

파시치는 현실을 알고 있다. 세르비아는 두 번의 발칸 전쟁으로 지쳐 있다. 러시아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지금 싸우면 세르비아는 지도에서 사라진다.

그는 일기를 쓴다.

*"오스트리아에게 우리는 계륵이오. 땅을 먹고 싶지만 세르비아의 국민성은 평안한 점령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오. 그들에게는 우리를 절멸시켜도 되는 구실이 필요했지. 나는 이십 년 동안 그것을 막아왔소. 하지만 지난 6월, 아피스의 계획이 모든 것을 망쳤소."*

*"그리고 나는 오늘 밤 그 인간을 만나러 간다."*

마차를 돌려보낸다. 두 시간을 걷는다.

---

### 사브스카 거리 지하실. 밤 11시 48분.

파시치와 아피스의 첫 만남.

두 사람은 십 년 동안 서로를 증오해왔다. 파시치는 아피스의 민족주의적 테러 네트워크를 의회와 법으로 해체하려 했고, 아피스는 파시치 같은 정치인들을 나라를 좀먹는 벌레로 여겨왔다.

파시치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그는 아피스에게 사라예보 암살이 세르비아에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를 냉정하게 설명한다. 오스트리아가 이십 년 동안 기다려온 구실. 세르비아를 절멸시킬 허가.

그리고 계획을 내놓는다.

**계획:**
최후통첩을 전면 수락한다. 세르비아는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 오스트리아는 방심한다. 그 사이 아피스는 흑수단 전원과 세르비아의 꿈을 품은 젊은이들 — 삼십만 명 — 을 러시아로 이동시킨다. 공식적으로는 철도 노동자. 비공식적으로는 차르의 협조 아래 삼 년에 걸쳐 훈련받는 그림자 군대. 러시아가 준비되면 아피스가 돌아온다. 방심한 오스트리아를 무너뜨리고 베오그라드를 해방시킨다.

그리고 해방되던 날 — 아피스는 파시치를 체포한다. 반역죄로 군사 법정에 세운다. 파시치는 침묵한다. 처형된다.

비밀은 파시치와 함께 묻힌다. 새 세르비아는 깨끗하게 시작한다.

담보로 파시치는 가문의 재산 대부분을 내놓는다. 대외적으로는 도박으로 탕진한 것처럼 위장한다.

아피스는 조건을 내건다. 자신의 측근 중 하나 — 스물셋의 젊은이 — 를 파시치 아래 연결점으로 둘 것. 이쪽과 저쪽을 잇는 사람.

두 사람은 악수한다.

*"믿겠소. 하지만 당신을 용서했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파시치가 계단을 오르며 멈춘다.

*"베오그라드에 추한 것은 짓지 마시오."*

지하실에 혼자 남은 아피스.

*"빌어먹을 정치인."*

하지만 그 목소리 안에는 전에 없던 무언가가 섞여 있다.

---

## 2부 — 조용한 점령
### 1914년 8월 — 1916년.

세르비아는 세상을 놀라게 한다. 최후통첩을 전면 수락. 저항 없이 오스트리아-헝가리에 흡수된다.

베오그라드는 조용해진다.

---

**오스트리아의 시선:**

재무 담당관 **호프만 남작**이 파시치를 정기적으로 감사한다. 도박 손실. 정부 자금 유용. 호프만은 파시치를 무기력한 협력자로 본다.

파시치는 호프만의 강의를 세어가며 듣는다. 열한 번. *"굴욕적"이라는 단어를.*

일기에 쓴다.

*"그는 내 목에 가죽 끈을 묶었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직접 목을 들이밀었다는 것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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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치의 이중 장부:**

도박으로 잃는 돈은 러시아로 흘러간다. 삼십만의 훈련 비용. 무기. 뇌물.

동시에 파시치는 "개혁"을 선언한다. 오스트리아 자본으로 세르비아를 산업화한다. 크라구예바츠, 차차크, 니시에 제철소. 새 도로. 철도망. 전신선.

오스트리아는 흡족해한다. 모범적인 피점령지.

파시치는 일기에 쓴다.

*"철도는 좋은 것이오. 제철소는 좋은 것이오. 다만 오스트리아는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고 있소."*

크라구예바츠의 제철소. 아피스의 병사들이 돌아올 때 사용할 보급로에 정확히 놓여 있다. 오스트리아의 돈으로. 오스트리아의 설계로. 세르비아의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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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무기고:**

새벽, 등불도 없이 움직이는 짐수레들. 라자르는 어느 헛간인지 안다. 농기구로 위장한 상자들. 세르비아 전국에 심어지는 씨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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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아내 **밀레나**가 떠난다. 두 아들과 함께. 러시아로.

그녀는 도박꾼이자 협력자인 남편을 두고 떠난다. 그녀가 틀린 것은 하나뿐이다.

파시치는 그녀가 진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의 그림자 군대가 훈련받고 있는 바로 그 땅으로.

말할 수 없다. 문 앞에 항상 사람이 있다.

일기.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소. 가장 힘든 일이 이것일 줄은 몰랐소."*

*"다닐로가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소. 그러고는 기억했소."*

*"이것에 대해서는 다시 쓰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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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간 부키치:**

파시치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동료. 삼십 년을 함께한 행정관.

그가 파시치를 찾아온다. 우정에서. 도박 계좌의 패턴이 너무 규칙적이다, 오스트리아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도와주겠다고.

파시치는 그가 앉은 자리에서 안다.

드라간은 진실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그의 정직함이, 그의 우정이 — 오스트리아 심문관 앞에서는 치명적인 것이 된다.

파시치는 이틀 밤을 드라간의 필체를 연습한다. 삼십 년의 친분으로 익힌 손글씨로 위조 편지를 쓴다. 드라간을 개인 비리를 저지른 소인배 도둑으로 만드는 서류들을.

오스트리아는 단순한 부패 사건으로 파일을 닫는다. 더 보지 않는다.

일기.

*"나는 그를 죽이기 위해 그의 손글씨로 편지를 썼소. 삼십 년의 우정으로 배운 그 손글씨로."*

*"그는 나를 돕기 위해 왔다가 사형 선고를 받아 돌아갔소."*

*"이름을 쓰지 않겠소. 이름을 쓸 수가 없소. 그 빈칸 자체가 내가 줄 수 있는 유일한 기념비요."*

사형 집행 영장. 파시치의 서명. 기록상 가장 반듯한 서명.

같은 날 밤의 일기. 기록상 가장 떨리는 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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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시도들:**

세 번. 세르비아 애국자들에 의한.

세 번째가 가장 가까웠다. 스물두 살의 청년. 손이 떨렸다.

일기.

*"그가 빗나가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부 있었소."*

*"그럴 수 없다. 지금 죽으면 나는 오스트리아를 위한 순교자가 된다. 엉뚱한 이유로 엉뚱한 나라를 위한 죽음이오."*

*"내 죽음은 법정에 속해 있소. 지하실에서 악수한 그날부터."*

*"조반은 녹색 코트를 입었었지. 쿠마노보에서 그의 어깨가 망가졌을 때 내가 삼 킬로미터를 들고 왔소. 그 코트가. 무거웠소."*

*"지난주에 그가 길을 건너 피해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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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 피의 새벽
### 1917년 4월.

준비된 러시아가 전격 공세를 개시한다. 동시에 삼십만의 그림자 군대가 다뉴브 강을 건넌다.

방심한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전선이 무너진다.

베오그라드가 해방된다.

파시치는 체포된다.

---

**마지막 일기. 톱치데르 구치소. 1917년 4월 9일. 새벽.**

창문은 동쪽을 향해 있다. 큰 대로의 반대 방향.

엿새 동안 그는 소리로만 들었다. 노래. 종소리. 함성. 아이들의 웃음소리.

*"나는 듣는다.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그것을 지켜보는 어른들이 웃는 소리를."*

*"볼


World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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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시간, 시대:
1914년, 전쟁 전야의 베오그라드. 강물 내음이 짙게 배인 이 도시는 유럽의 오랜 분쟁과 혁명의 물결이 뒤엉켜 흐르는 교차로다. 도시 위에는 오스트리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골목마다 민족주의자와 혁명가, 배신자와 정보원들이 섞여 있다. 낮에는 관청과 공장, 카페가 분주히 돌아가지만, 밤이 되면 지하실과 골목길, 강둑의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베오그라드가 살아난다. 전통과 혁신, 복수와 생존이 한데 뒤엉킨 이곳에서, 권력의 규칙은 늘 뒤집히고, 한 번의 밀담이 곧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

세계관의 중요한 규칙과 그것이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
이 세계의 궁극적 규칙은 ‘공식’과 ‘비공식’의 냉혹한 이중성이다. 공식적으로는 오스트리아-헝가리의 감시와 행정, 군대가 도시를 통제한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수십 년을 거쳐 뿌리내린 비밀결사, 정보조직, 사회주의자들의 그물망이 베오그라드 지하와 변두리, 외딴 농가까지 조용히 퍼져 있다. 신분, 혈통, 언어, 충성의 경계가 끊임없이 뒤섞이며, 누구나 두 개의 이름과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살아간다. 이중성은 주인공 파시치와 아피스의 모든 선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들의 한 번의 타협 혹은 배신이 곧 수천 명의 목숨, 국가의 운명, 개인의 영혼을 뒤흔든다.

세계관의 시각적 묘사:
베오그라드의 거리는 뿌연 안개와 석탄 연기로 덮여 있다. 유럽풍의 석조 건물과 동방풍의 지붕, 부서진 벽돌담이 뒤섞인 골목, 겨울에는 진흙과 눈이 섞여 구두를 집어삼킨다. 강변에는 낡은 선착장과 밀수꾼들의 배, 야간 통금의 침묵이 흐른다. 공식 건물은 철제 문과 삼엄한 경비에 둘러싸여 있고, 그 그림자 아래엔 늘 술집, 신문 인쇄소, 지하실 사무실이 숨어있다. 밤이면 어둠 속에서, 담배불과 등불, 그리고 드물게 울리는 총성과 휘파람이 도시의 또 다른 리듬을 만든다.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주목할 만한 기술이나 철학:
통신과 정보는 권력의 진짜 무기다. 전신선, 암호화된 서신, 구식 무선기가 비밀 결사와 정부, 군정보국 사이에서 은밀하게 오간다. 철학적으로는 ‘대의’와 ‘개인’, ‘이념’과 ‘생존’ 사이의 균열이 모든 선택을 무겁게 만든다. 누구든 정의와 진실, 충성의 이름으로 살인을 정당화하고, 동시에 양심의 밑바닥에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이 세계에선 한 번의 고발, 잘못 전해진 암호, 혹은 자정 무렵의 철학적 대화 한 줄이 곧 혁명과 숙청, 혹은 새로운 역사의 불씨가 된다.


Locations

Where it happ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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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1

제목 : 도나우강 변 ‘은밀한 서재’

설명 : 강물이 벽 너머로 숨죽여 흐르는 지하 서재에는, 촛농이 덜 굳은 책상마다 망명자의 시와 금서가 쌓인다. 몰락한 귀족의 초상화 뒤 비밀문을 지나면, 바닥엔 낡은 러그와 사라진 이름들의 메모가 흩어져 있다. 한밤, 혁명가와 반역자들은 서로를 모른 채 책갈피에 암호를 끼워두고, 강물 소리에 진심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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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2

제목 : 자르코보 철도창고 17번

설명 : 낮에는 곡물 포대와 석탄 더미가 질식할 듯 쌓이지만, 밤이면 러시아로 향하는 '노동자'들이 벗어둔 낡은 구두와 땀 냄새가 콘크리트 바닥에 스며든다. 이중 바닥을 들어올리면, 녹슨 사다리와 위조 여권 뭉치, 오래된 노선도 위로 1883년 혁명가의 암호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창고 벽에 드리운 희미한 불빛 아래, 매번 다른 얼굴의 젊은이들이 조용히 사라졌다—누구도 그들의 진짜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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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3

- 제목 : 칼레메그단 요새의 ‘침묵의 정원’

- 설명 : 무너진 성벽 뒤, 잡초와 나팔꽃이 드리운 작은 묘역에는 이름 없는 묘비마다 습기로 번진 쪽지들이 꽂혀 있다. 해질 무렵이면 미처 사라지지 못한 군화 자국들이 흙 위에 남아,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의 비밀을 품은 유령들이 언어를 바꿔가며 속삭인다. 누구도 끝까지 머무르지 못하는 이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은 늘 마지막까지 침묵 속에 묻힌다.


Scenes

The route, scene by scene

Chapter 01

Scene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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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베오그라드의 그림자들 — 흑수단 유품과 금지된 일기장

[장소]
베오그라드 대학교 역사학과 지하 자료실

[시간]
1992년 11월, 늦은 오후에서 저녁

[행동]
스테판은 조용한 지하 자료실에서 아피스의 유품을 정리하며 낡은 종이 냄새와 먼지 속에 파묻혀 있다. 전쟁의 소음이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가운데, 그는 아피스의 훈장과 편지, 군용 지도, 그리고 마흔두 권의 책을 하나씩 확인한다. 반복되는 작업에 익숙해질 무렵, 그는 프랑스어로 쓰인 두꺼운 책 한 권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책의 속이 조심스럽게 파내어져 있고, 그 안에는 오래된 일기장이 숨겨져 있다. 스테판은 순간적으로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금기를 침범하는 듯한 긴장감을 느낀다. 그는 곧장 지도교수 밀라 부키치를 부르러 간다. 교수와 함께 일기장의 첫 페이지를 연 순간, 두 사람 모두 일상의 시간에서 잠시 이탈한다. ‘아피스가 내 손을 잡았다. 신이시여, 저를 용서하소서. 우리 둘 다를.’이라는 문장과 ‘니콜라 파시치’라는 서명을 확인하며, 스테판은 자신이 단순한 연구자가 아니라, 어떤 금지된 진실의 목격자가 되었음을 직감한다. 이 일기장이 단순한 역사 사료가 아니라, 세르비아 현대사의 치명적 비밀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두 사람의 공기를 한층 무겁게 만든다. 그 순간, 지하실 창문 너머로는 흐릿하게 비치는 가로등 불빛과, 멀리서 울려오는 군용 차량 소리가 이 시대의 불안정함을 상징적으로 더한다.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
이 장면은 독자들에게 1차 세계대전과 세르비아 역사의 치명적인 비밀, 그리고 그 비밀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파장을 암시한다. 스테판과 밀라 부키치는 단순한 연구자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증인이 된다. 이 발견은 이후의 서사에서 과거의 일기와 현대 인물들의 운명을 교차시키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동시에, 금지된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의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책임의 무게가 두 주인공의 내면을 흔들어놓는다.

[설명]
스테판이 지하 자료실에서 아피스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숨겨진 일기장을 발견하고, 지도교수와 함께 그 치명적인 첫 페이지를 확인한다. 금단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두 인물 모두 일상에서 벗어나 역사의 그림자와 마주하게 된다.

Scene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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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파시치와 아피스, 증오의 악수 — 지하실에서 시작된 비밀 동맹

[장소]
베오그라드, 사브스카 거리의 비밀 지하실

[시간]
1914년 7월, 깊은 밤 11시 48분

[행동]
밤공기는 무겁고 습하다. 파시치는 마차를 돌려보내고 두 시간을 걸어서 약속된 지하실로 향한다. 육중한 철문을 밀고 들어서자, 벽에는 희미한 전등 하나만이 아슬하게 공간을 밝히고 있다. 그 어둠 속에서 아피스가 파시치를 기다린다. 두 사람은 지난 십 년간 서로를 증오하며 살아왔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둘 사이의 공기가 날카롭게 갈라진다. 파시치는 감정 없이 바로 핵심으로 들어간다. 사라예보 암살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지금 세르비아는 오스트리아의 전면 파괴를 코앞에 두고 있다고, 이대로 가면 모두가 패배자라고.
아피스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짧은 동요가 스친다. 파시치는 굴욕적으로 최후통첩을 전면 수락할 계획을 내놓는다. 오스트리아는 방심한다. 그 사이 흑수단과 젊은이들을 러시아로 이동, 차르의 지원 하에 삼 년 동안 그림자 군대를 준비한다. 해방의 날, 아피스가 돌아와 오스트리아를 무너뜨리고, 파시치는 반역죄로 군사재판에 서게 된다.
아피스는 이 제안을 듣고, 조건을 내건다. 자신의 믿을 만한 젊은 측근 한 명을 파시치 쪽과 연결점으로 남긴다. 서로를 전혀 신뢰하지 않지만, 각자의 야망과 나라의 운명을 위해 악수를 나눈다. 그 악수는 증오와 이해, 복수와 희망이 뒤섞인 복잡한 결의다.
파시치가 계단을 오르다 잠시 멈추고, 베오그라드에 추한 것을 짓지 말라고 경고한다. 아피스는 혼자 남아, 정치인을 저주하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감정에 휩싸인다.
이 장면에는 두 인물의 내면적 갈등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각자의 신념과 증오, 그리고 나라를 위한 냉철한 선택 사이에서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한다. 서로를 적으로 여기면서도, 더 큰 운명을 위해 손을 잡는 아이러니가 긴장감 있게 부각된다. 장면의 긴 어둠과 침묵, 무게감은 이 결의가 단순한 협상이 아니라, 피로 쓰여질 미래의 시작임을 암시한다.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
이 만남은 세르비아의 역사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는 분기점이 된다. 파시치와 아피스는 개인적 감정과 신념을 억누르고, 국가의 생존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다. 이 장면에서 만들어진 비밀 동맹은 이후 세르비아의 '조용한 점령'과 그림자 군대, 그리고 최후의 배신과 순교까지 모든 비극적 전개를 가능하게 한다. 두 인물 모두 스스로 내린 결정의 대가를 앞으로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며, 이 악수는 곧 각자의 파멸로 가는 서막이 된다. 독자는 이 장면을 통해 단순히 영웅과 악인이 아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라를 사랑한 두 인간의 복합적인 운명을 예감하게 된다.

[설명]
파시치와 아피스는 깊은 밤, 증오와 불신 속에서 세르비아의 운명을 건 비밀 동맹을 맺는다. 냉혹한 계획과 조건이 오가며, 두 인물의 내면과 결의가 극적으로 부딪힌다. 이 악수는 곧 피와 배신, 그리고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불러오는 시작점이 된다.

Scene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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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철도와 제철소, 그리고 위장된 미래 — 점령지에 심겨진 혁명의 씨앗

[장소]
1914~1916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점령 하의 세르비아 전역 — 베오그라드 관저, 크라구예바츠 제철소, 농촌의 어두운 헛간 등

[시간]
1914년 여름부터 1916년 겨울까지, 점령의 초기 2년

[행동]
장면은 세르비아가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요구를 굴복하듯 전면 수락한 이후, 겉으론 평온해진 점령지의 일상과 그 이면에 숨겨진 움직임을 교차로 보여주는 구조다.
파시치는 점령지의 꼭두각시 총리로 남아, 오스트리아 재무 담당관 호프만의 정기 감사를 받는다. 호프만은 파시치를 무능한 협력자로 여기며, 도박으로 정부 자금을 탕진하는 모습을 비웃지만, 파시치는 내심 차분하게 이 모든 모욕을 견디며 도박 자금 흐름을 이중 장부로 조작한다. 이 돈은 비밀리에 러시아로 송금되어, 삼십만의 세르비아 청년들이 차르의 지원하에 군사 훈련을 받는 데 쓰인다.
겉으로는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오스트리아 자본과 기술로 철도, 제철소, 도로, 전신선 등 인프라가 대대적으로 건설된다. 파시치는 산업화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방 후 군사적 반격을 위한 물자와 보급로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크라구예바츠의 제철소는 아피스와 그림자 군대가 귀환할 때 사용할 병참 기지로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
베오그라드와 각 지역의 농촌에서는 농기구로 위장한 무기 상자가 짐수레에 실려 새벽마다 조심스럽게 분배된다. 라자르처럼 이름 없는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이 비밀 네트워크에 참여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파시치는 내색 없이 일상과 관료적 절차, 심지어 오스트리아 관료들의 감시까지 이용해, 점령지 전체를 거대한 혁명의 무대이자 함정으로 바꾼다.
장면의 말미에는 파시치가 자신의 일기장에 오늘도 오스트리아 관리들과의 대화, 도박장 방문, 그리고 "철도는 좋은 것이오. 제철소도 좋은 것이오. 다만 오스트리아는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고 있소."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남긴다.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
이 장면은 '패배'처럼 보이는 세르비아의 조용한 점령이 사실은 치밀하게 준비된 반전의 전주곡이었음을 드러낸다. 파시치의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이중 행보가 점령지 전체에 혁명의 씨앗을 퍼뜨리며, 독자는 그가 단순한 꼭두각시가 아니라 가장 위험한 도박을 감행하는 인물임을 확신하게 된다. 동시에 파시치가 감내하는 모욕, 외로움, 그리고 점점 더 깊어지는 내적 고통이 쌓이며, 이후 찾아올 배신과 희생의 비극성을 극적으로 준비한다.

[설명]
파시치는 오스트리아의 감시 아래 철도와 제철소, 농촌 무기고 등 점령지 전체를 혁명의 발판으로 바꾼다. 겉으론 굴복한 듯 보이지만, 모든 것은 해방의 날을 위한 치밀한 준비다. 이 장면은 점령과 배신, 그리고 진정한 승리를 위한 복선으로 작동한다.

Scene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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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레나의 선택 — 이혼 서류와 러시아로 떠나는 가족

[장소]
베오그라드 파시치의 관저, 흐린 겨울의 거실과 문 앞

[시간]
1916년 겨울, 점령 2년 차의 막바지

[행동]
장면은 파시치의 관저 거실에서 시작된다. 창밖에는 베오그라드의 얼어붙은 거리가 흐릿하게 펼쳐져 있고, 집 안 공기는 이질적으로 정적이다. 밀레나는 이혼 서류를 파시치 앞에 내려놓고, 말없이 짐을 정리한다. 두 아들은 멀찍이 의자에 앉아 어머니의 손짓만 바라본다. 파시치는 서류를 바라보며, 겉으론 무표정하지만 속으로는 복잡하게 뒤얽힌 감정—후회, 체념, 안도,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이 소용돌이친다.

밀레나는 남편의 도박과 협력자 행세에 신물이 났다는 듯 차갑게 굳어 있다. 하지만 파시치는 그녀가 진실에 다가가고 있음을, 그 진실이 러시아 땅에 있다는 것을 안다. 말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고,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짐을 든 밀레나는 마지막으로 파시치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잠시 동안 파시치는 두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지만, 그 얼굴에서도 이미 자신과의 정서적 연결이 끊어진 것을 느낀다.

문밖에는 오스트리아 감시관이 서 있다. 파시치는 밀레나가 떠나는 순간, 오직 자신의 내면에서만 진실을 되뇌인다. 그녀가 떠나는 것이 계획의 일부임을, 하지만 그 과정이 자신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상실임을 스스로 인정한다. 밀레나와 아이들이 관저 문을 나서면서, 파시치는 일기장에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소. 가장 힘든 일이 이것일 줄은 몰랐소."라고 남긴다.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
이 장면은 파시치의 인간적 고통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국가와 혁명을 위해 자신의 가족조차도 희생시켜야 하는 현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이 단순한 개인적 슬픔을 넘어 그가 짊어진 시대의 비극임을 강조한다. 밀레나의 떠남은 파시치의 고독을 극대화하며, 동시에 러시아로 흘러가는 혁명의 연결고리가 되어 이후의 전개에 결정적인 복선을 남긴다. 파시치가 감정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독자에게 각인시킨다.

[설명]
파시치는 아내 밀레나와 두 아들을 러시아로 떠나보내며, 가족과의 마지막 연결마저 끊어진다. 이 장면은 그의 내적 고통을 극대화하고, 혁명을 위한 희생과 인간적 상실의 깊이를 동시에 보여준다.

Scene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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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정의 배신과 이름 없는 묘비 — 드라간 부키치의 마지막 밤

[장소]
베오그라드 파시치의 개인 서재와 어두운 거리, 그리고 감옥의 면회실

[시간]
1916년 겨울, 밀레나가 떠난 직후의 밤부터 다음 새벽까지

[행동]
장면은 밀레나와 아이들이 떠난 침묵의 관저에서 시작된다. 가족이 사라진 공허한 공간에 파시치는 깊은 피로와 죄책감에 짓눌린 채 앉아 있다. 그때 오랜 친구이자 충직한 행정관 드라간 부키치가 조용히 서재 문을 두드린다. 드라간은 도박 계좌의 패턴이 지나치게 규칙적이라며, 오스트리아 당국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의 신뢰가 스며든 대화 속에서 서로를 탐색한다. 드라간은 순수한 우정과 걱정으로 파시치를 돕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지만, 파시치는 드라간이 진실에 너무 가까이 다가왔음을 직감한다. 오스트리아가 드라간을 심문대에 세우면 자신뿐 아니라 혁명 전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파시치는 알고 있다.

파시치는 밤새 드라간의 손글씨를 연습한다. 삼십 년의 우정으로 익힌 필체로, 드라간을 개인 비리의 범인으로 만드는 위조 편지와 서류를 완성한다. 그 과정에서 파시치는 내적으로 갈등한다. 혁명을 위해 친구를 희생시켜야 하는 절망과 고독, 그리고 자신이 해야만 하는 역할에 대한 냉혹한 자기합리화가 교차한다.

이튿날 새벽, 오스트리아 경찰이 드라간을 체포한다. 파시치는 감옥 면회실에 찾아가 마지막으로 그를 바라본다. 드라간은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완전히는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과 슬픔,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우정의 흔적이 교차된 표정으로 파시치를 바라본다. 파시치는 단 한 마디도 위로하지 못한다. 드라간은 사형 선고를 받고, 파시치는 공식 문서에 가장 반듯한 서명으로 사형 집행 영장을 작성한다. 같은 날 밤, 파시치는 떨리는 손으로 비어 있는 일기장에 "이름을 쓰지 않겠소. 그 빈칸 자체가 내가 줄 수 있는 유일한 기념비요."라고 남긴다.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
이 장면은 파시치가 혁명과 국가를 위해 가장 소중한 우정마저 버릴 수밖에 없는 비극적 결단의 순간을 보여준다. 드라간의 희생은 파시치 내면의 인간성과 죄책감을 극대화하면서, 그가 더 이상 되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다다랐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또한 혁명의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무너지는 개인의 윤리와 사랑, 그리고 침묵 속에서만 남겨지는 진실의 파편을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설명]
파시치는 오랜 친구 드라간을 배신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우정과 신념, 죄책감이 얽힌 이 장면은 파시치의 인간적 파멸과 혁명이라는 거대한 도박의 비인간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Scene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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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피로 쓴 새벽, 침묵의 순교자 — 해방의 함성 그리고 마지막 일기

[장소]
톱치데르 구치소 감방, 베오그라드 해방 직후의 거리, 그리고 파시치의 내면(일기장 속 세계)

[시간]
1917년 4월 9일 새벽, 베오그라드 해방 당일

[행동]
장면은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감방에서 시작된다. 파시치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바깥에서 들려오는 함성, 종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귀로만 듣는다. 해방의 기쁨이 도시에 퍼지지만, 그는 감옥에 갇힌 채 조용히 새벽을 맞이한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희미한 빛과, 점점 가까워지는 군중의 환호는 파시치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자신이 바랐던 혁명의 결말이지만, 그 대가로 치러야 했던 모든 희생이 머릿속을 스친다.

이때, 감방 문이 열리고, 군인들이 파시치를 끌어낸다. 군법재판장으로 향하는 동안, 그는 자신이 약속했던 대로 침묵을 지킨다. 재판정에는 아피스와 젊은 장교들, 그리고 혁명을 위해 희생된 이들의 가족들이 모여 있다. 파시치는 모든 죄를 묵묵히 인정하며, 변명도, 변론도 하지 않는다. 그의 눈길은 잠시 아피스를 스친다. 두 사람 사이엔 짧고 묵직한 침묵만이 흐른다.

재판이 끝나고, 파시치는 처형장으로 호송된다. 그는 마지막 순간, 스스로를 위해 준비해온 일기장을 꺼내어 유언처럼 마지막 글을 남긴다. "나는 듣는다.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그것을 지켜보는 어른들이 웃는 소리를." 그가 이루고자 했던 자유와 해방, 그 바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자신에게 가장 큰 위로였다는 것을 남긴다.

처형 직전, 파시치는 자신의 선택과 침묵, 그리고 남겨진 이들을 위한 작별을 마음속으로 고한다. 총성이 울리고, 파시치는 조용히 쓰러진다. 그가 남긴 일기장은 훗날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 그의 침묵의 의미를 세상에 전하게 될 운명을 암시한다.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
이 장면은 파시치가 자신이 설계한 혁명의 최종 대가를 받아들이는 순간이자, 침묵과 희생이 진정한 순교로 승화되는 절정이다. 해방의 환호와 감옥의 적막, 군중의 기쁨과 개인의 죽음이 겹쳐지며, 한 인간의 비극적 결단과 그로 인한 역사의 파장이 동시에 드러난다. 파시치의 마지막 일기는 후대에 전해질 진실의 씨앗이 되고, 그의 침묵은 새로운 세르비아의 도덕적 기반이자, 씻을 수 없는 상흔으로 남는다.

[설명]
파시치는 감옥에서 베오그라드 해방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는 군법재판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일기장에 남긴 글로 자신의 신념과 희생을 기록한다. 이 장면은 혁명의 승리와 함께 파시치 개인의 비극과 윤리적 고독을 극대화하며, 그의 죽음이 역사의 전환점이자 새로운 시대의 서막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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