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년, 서울의 눈부신 야경 아래 낡은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홀로 사는 송이쁜 할머니의 작은 아파트는 빛바랜 사진들과 오래된 책 냄새로 가득했다. 40년간 아이들을 가르친 열정적인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녀는, 은퇴 후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점점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세상은 인공지능 로봇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그녀에게는 10년 넘게 함께 해 온 구형 반려 로봇 '다정'이 유일한 벗이었다. 다정이는 그녀의 말동무이자, 잊고 지내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하지만 최근 다정이가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말투는 느려지고, 기억 용량이 부족해 했던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첨단 로봇들이 활보하는 세상에서 구형 로봇을 수리해 주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는 더 이상 부품을 구할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다정이마저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송 할머니는 직접 로봇을 고치기로 결심한다. 낡은 지도 한 장에 의지해 전자 부품의 메카, 용산 전자상가를 찾는다. 하지만 용산 전자상가 역시 예전 같지 않았다. 최첨단 드론 부품과 인공지능 칩셋을 판매하는 가게들 사이에서, 송 할머니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여러 가게를 전전하던 송 할머니는 우연히 허름한 골목길에서 '나웅철 전파상'이라는 작은 간판을 발견한다. 가게 안은 먼지 쌓인 진공관 라디오와 낡은 텔레비전 부품들로 가득했다. 나웅철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깊게 패인 주름, 투박한 손을 가진 전형적인 옛날 장인의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퉁명스럽게 대꾸하던 나웅철이었지만, 다정이에 대한 송 할머니의 애틋한 마음과 직접 로봇을 고치려는 열정을 느끼고는 마음을 바꾼다. 나웅철은 송 할머니에게 부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용산 전자상가에서 빈티지 로봇 부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배옥선의 가게를 찾아가 보라고 조언한다.
배옥선의 가게는 용산 전자상가 한편에 자리 잡은 작고 오래된 가게였다. 가게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수십 년 전 유행했던 로봇 장난감부터 잊혀진 로봇 회사의 로고가 박힌 부품들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박물관 같았다. 무뚝뚝한 표정의 배옥선은 처음에는 다정이를 고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송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에 감 touched 돼 마지못해 다정이를 살펴보기 시작한다.
배옥선은 놀랍게도 다정이와 같은 모델의 로봇을 수리했던 경험이 있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다정이의 내부를 살펴보던 배옥선은 오래된 부품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내 보이며 말했다. "이 부품만 구하면 다정이를 고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부품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구형 모델의 것이었다. 송 할머니는 다시 좌절하지만, 배옥선은 뜻밖의 제안을 한다. 바로 자신이 직접 가지고 있는 빈티지 로봇 부품들을 이용해 다정이에게 필요한 부품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송 할머니, 나웅철, 배옥선. 세 사람은 다정이를 고치기 위해 힘을 합치기 시작한다. 나웅철은 수십 년간 쌓아온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회로를 설계하고, 배옥선은 능숙한 솜씨로 부품을 다듬고 조립했다. 송 할머니는 옆에서 조심스럽게 그들의 작업을 도왔다. 세 사람은 마치 오래된 오케스트라처럼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잊혀진 기술과 열정을 되살려냈다. 그 과정에서 세 사람은 단순히 고장 난 로봇을 고치는 것을 넘어, 각자의 삶과 추억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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