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밈은 마지막 이주일에도 자기 집 문턱을 수선하지 않는다. 실종된 연인이 돌아오면 알아볼 수 있도록 남겨 둔 흠집이다. 대신 남의 집을 접을 봉합대를 마저 꿰매고, 끝마다 은실 세 땀을 남긴다. 고요가 오래된 작업표를 펴서 두 땀은 생략해도 된다고 재촉하자, 여밈은 다음에 뜯을 사람이 잡아야 한다며 실을 자른다. 여밈은 도시를 빠짐없이 옮기고 싶지만, 정작 자신의 집만은 떠날 채비를 하지 못했다.
그 작업대에 채온이 찾아와 함께 달아나자고 손을 내민다. 손바닥에는 여밈이 오래전 연인에게 꿰매 주었던 은실 세 땀이 박혀 있다. 여밈이 손을 붙들고 옛 애칭을 묻자 채온은 “그 말은 돌아오지 않았어”라고 답한다. 그는 여밈의 매듭을 한 번 보고 그대로 묶으면서도, 둘이 살던 집이 어느 것인지는 짚지 못한다. 여밈은 배로 내려가려는 그를 안전줄로 자기 허리에 묶는다. 누구인지 대답할 수 없다면 우선 옆에서 일하라는 뜻이다.
등지가 강한 저녁빛을 밀어내며 봉합선을 비추다가 조명턱 아래의 작은 움직임을 발견한다. 이미 완성한 이음매 뒤에 알집이 붙어 있다. 여밈은 뜯개를 집고, 채온은 도망가려고 준비한 배를 알집 아래 밀어 넣는다. 배가 받침이 되면서 수로가 막힌다. 첫 탈피 종이 울린다. 삼 분 뒤에는 도시의 준비와 무관하게 양쪽 날개가 맞물린다.
여밈은 채온에게 알집과 날개 사이의 폭을 재게 하고, 자신의 팔꿈치 관절막을 봉합대에 걸어 하중을 나눈다. 등지는 안쪽 그림자를 하나씩 확인하며 빛을 좁힌다. 고요는 빈 구역의 박동을 낮추지만, 답 없는 호출구에는 공급을 남겨 둔다. 그동안 타래가 시험 낙하로 여밈의 집을 받는다. 문이 열리는지 확인하려고 집을 기울인 순간 낡은 찻잔이 굴러 나오고, 타래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낚아챈다. 그 몇 초 사이 뒤따르던 운반줄이 교차한다. 두 채의 빈집이 채온의 배 쪽으로 쏠린다.
타래는 남은 인수망 하나를 펼치고 무엇을 받을지 지정하라고 외친다. 여밈은 자기 집을 가리키려다가 알집 안에서 껍질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알집을 받으라고 명령한다. 타래가 주택 운반줄을 자르자 빈집들이 수로로 떨어지고, 그중 여밈의 집 처마가 배의 난간을 부순다. 채온은 무너지는 배를 버리는 대신 키를 꺾어 날개맥 사이에 끼운다. 배가 비틀리며 알집을 조금 더 들어 올린다. 타래는 찻잔을 여밈의 공구띠에 밀어 넣지만, 여밈은 그것을 꺼내 작업판 위에 내려놓는다. 이제 붙잡아야 할 것은 다른 곳에 있다.
알집을 감싼 오래된 봉합선은 예상보다 깊이 이어져 있다. 마지막 부분을 뜯으려면 조명을 더 안쪽으로 넣어야 한다. 등지가 출력을 높이자 운반 장치가 멎고, 고요가 직접 여밈의 손목을 붙든다. 남은 작업 시간을 확정하기 전에는 이주 장치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밈은 고요를 배분판까지 끌고 가 자신의 팔에 걸린 봉합대를 보여 준다. 여기서 손을 떼면 무엇이 떨어지는지 보라고 한다. 고요는 팽팽한 막을 만져 본 뒤 여밈의 손목을 놓는다. 그리고 자기 거처의 회로 번호부터 읽는다.
고요의 거처에서 내려온 저장막 상자를 타래와 채온이 함께 받친다. 상자 안에는 이전 탈피 때 서로의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들이 들어 있다. 고요는 회수 단자를 뽑기 전 한 번 재생하려다, 등지의 무릎이 조명턱에서 꺾이는 것을 본다. 그는 재생 손잡이를 놓고 저장막을 해체한다. 상자가 식는 동안 장치에 힘이 돌아온다. 고요는 아무 말 없이 빈 상자를 발로 밀어 작업 길을 낸다.
날개가 맞물리기 시작하자 저녁빛이 수선대 아래에서 사라진다. 고요는 이주 장치를 가동하고, 타래는 알집을 실은 인수망을 새 껍질 쪽으로 당긴다. 그러나 알집 뒤편에 남은 봉합대가 팽팽해지며 여밈의 팔을 안쪽으로 잡아당긴다. 채온이 그를 끌어내려 하자 둘의 안전줄이 날개맥에 눌린다. 여밈은 채온의 칼을 보고 줄을 자르려는지 묻는다. 채온은 칼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말한다. “지금 풀고 싶어. 네 팔이 더 당겨져.”
여밈은 괜찮다는 말 대신 줄을 어느 방향으로 옮길지 알려 준다. 채온은 몸을 낮춰 같은 색으로 빛나는 어깨를 주름 입구에 걸친다. 그 빛을 표지 삼아 등지가 조명을 돌리고, 여밈은 자신이 앞서 남긴 은실 두 땀을 찾아 손가락에 건다. 굳게 닫으려고 꿰맨 자리를 다시 뜯을 손잡이다. 그가 실을 당기는 동안 채온은 여밈의 허리를 받치고, 타래는 인수망을 당기다 말고 두 발로 작업판을 밀어 버틴다. 고요도 승인패를 내려놓고 타래의 등 뒤에서 운반줄을 잡는다.
봉합대가 풀리자 알집은 빠져나오지만 하중이 여밈의 관절막에 몰린다. 여밈의 왼팔이 펴진 채 굳는다. 채온은 그 팔을 억지로 접지 않고 자기 몸을 돌려 여밈부터 틈 밖으로 밀어 낸다. 등지는 흐려지는 발광막 대신 견습 때 쓰던 낡은 작업등을 틈에 들이민다. 타래가 빛이 닿은 인수망 고리를 낚아채고, 고요와 함께 마지막 길이를 끌어당긴다. 알집과 두 사람이 새 껍질 위로 미끄러진 직후 세땀 수선대가 뒤집힌다. 채온의 배와 여밈의 집은 낡은 날개 안으로 접혀 사라진다.
새 도시에서 여밈은 좁은 주름에 들어가 보려다가 문틀에 왼팔이 걸린다. 채온이 도우려 손을 내밀자 그는 밀어내고, 혼자 몸을 비틀다 바늘통을 쏟는다. 다음 날 채온은 바늘을 주워 오는 대신 작업판 한쪽을 낮춰 온다. 여밈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은 채온이 벌리고, 여밈은 바깥에서 실을 건다. 첫 수선은 두 번이나 풀어야 하지만 세 번째에는 닫힌다. 여밈은 채온이 완성한 매듭을 풀어 검사하지 않고 다음 실을 건넨다.
타래는 부서진 집들의 주인들과 함께 남은 밑판을 나르고, 도착 확인란 옆에 수리 날짜를 적기 시작한다. 여밈에게도 자기 집을 잃게 한 일을 사과하지만, 찻잔을 구한 것으로 대신하려 하지는 않는다. 여밈은 그에게 새 작업대의 문이 제대로 열리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다. 등지는 알집이 놓일 자리를 비추려다 흐려진 빛 때문에 다른 등지기를 부른다. 새 도시 점등식 명단에는 그의 이름이 빠져 있다. 여밈은 그를 행사장으로 데려가는 대신 알집 곁에 의자를 놓고, 함께 새끼들이 껍질을 미는 것을 지켜본다.
고요는 이전 탈피의 목소리를 틀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빈 상자를 내놓는다. 타래가 새 기록을 남기자고 하자 그는 먼저 작업자들을 한자리에 앉힌다. 누가 누구를 잡았는지 서로 말하게 하고, 빠진 이름이 나오면 기록을 멈춰 다시 부른다. 여밈은 자기 차례에 채온을 옛 연인의 이름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자신을 끌어낸 항해사라고 말하고, 채온은 그 옆에 앉은 채 손바닥을 무릎 위에 편다.
봄비가 새 껍질을 처음 두드리는 날, 채온은 수리한 작은 운반정을 여밈의 작업장 앞에 댄다. 이번에는 함께 떠나자고 하지 않고 저녁에 수로를 한 바퀴 돌겠느냐고 묻는다. 여밈은 공구띠를 벗어 놓고 배에 오른다. 채온이 안전줄의 여유를 묻자 두 손가락만큼이라고 답한다. 은실이 있는 손을 확인하느라 멈추지 않고, 그 손을 짚어 자리에 앉는다. 배가 돌아오는 동안 등지는 작업장 불을 낮춰 두고, 두 사람이 나란히 내릴 때까지 문을 닫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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