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12분, 기도현은 폭우에 떠밀리는 구조정을 동진 제7냉장 앞 접안판에 들이받듯 붙인다. 구조정의 빈 좌석은 열세 개뿐이고, 창고 안에는 오세린과 백이든을 포함한 열두 명이 있다. 도현은 먹구름까지 태우겠다고 말하지만, 창고 철문 안쪽에서는 쇠갈고리가 걸리는 소리가 난다. 세린은 문틈으로 도현의 구조대 표식을 확인하고도 잠금을 풀지 않는다. 그녀는 발전기 연료통을 발로 막아 세우고, 이든의 입술이 파래지는 것을 가리킨다. 문을 열어 난방 전력을 잠금장치에 돌리면 아이가 먼저 얼어 죽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때 철문 바깥, 컨테이너 미로에서 먹구름이 피 묻은 구명조끼를 문에 던지고 앞발로 철판을 긁는다. 털 없는 검은 피부 위로 빗물이 흘러내리고, 그 뒤편에서 감염자들이 컨테이너 벽을 손바닥으로 두드린다. 도현은 호루라기를 불어 먹구름을 자기 쪽으로 부르지만, 소리는 감염자들에게도 길을 준다. 먹구름은 도현의 장갑 냄새가 밴 구명조끼를 물고 달아나지 못한 채, 감염자들을 방파제 끝으로 끌고 온다.
창고 안에서 이든은 환기구 아래로 기어가 낡은 휴대용 녹음기를 밀어 넣는다. 녹음기에는 감염된 아버지가 금속 선반을 반복해 두드리던 소리가 남아 있다. 이든은 먹구름이 그것을 물어 가면 감염자들을 창고 반대편으로 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세린은 아이의 팔을 붙잡아 끌어낸다. 녹음기가 밖으로 나가면, 세린이 도현의 신호탄을 훔쳐 먹구름을 유인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이든은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며 수동 레버가 있는 위치를 안다고 말하지만, 도현이 자신을 먼저 배에 태우겠다고 약속하기 전까지는 입을 다문다.
도현은 철문 앞에서 세린과 마주 선다. 세린은 쇠갈고리를 든 생존자들을 뒤에 세우고, “개 한 마리 때문에 열두 명을 문밖으로 내몰지 말라”고 말한다. 도현은 먹구름의 전 주인이 침수 훈련 때 자신에게 남겨졌던 구조대원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는 그날에도 사람 수를 맞췄고, 그 뒤로 먹구름만 남았다. 세린은 흔들리지만 열쇠를 내주지 않는다. 대신 발전기의 난방선을 끊어 철문 잠금장치에 연결하겠다고 한다. 그 순간부터 이든의 몸은 창고의 냉기 속에 버텨야 한다.
도현이 발전기실로 뛰어들어 연료 밸브를 돌리는 동안, 세린은 생존자들의 갈고리를 빼앗아 바닥에 던진다. 몇몇은 그녀를 밀치고 철문 쪽으로 몰려든다. 철문이 반쯤 열리는 찰나, 먹구름이 비와 피가 섞인 물웅덩이를 가르며 안으로 뛰어든다. 뒤따라 들어오려는 감염자의 손이 문틈에 걸리고, 도현은 그 손목을 부츠로 밟으며 문을 다시 밀어 닫는다. 먹구름은 이든이 밀어 낸 녹음기를 입에 문 채 떤다. 녹음기에서는 금속 선반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계속 울린다.
도현은 녹음기를 컨테이너 미로로 던져 감염자들을 끌어내려 하지만, 세린이 그의 팔을 잡는다. 창고 밖으로 나가면 먹구름도, 도현도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녹음기를 창고 안에서 끄면 철문 바깥의 감염자들은 마지막 진동이 남은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도현은 세린의 손을 떼어 내지 않고 함께 문을 연다. 둘은 구조 로프를 허리에 묶고, 먹구름에게 녹음기를 물린 뒤 컨테이너 사이로 뛰어든다. 먹구름은 낮게 엎드려 배수로를 건너고, 도현과 세린은 뒤에서 철판을 발로 차며 감염자들의 시선을 자신들에게 묶는다. 세린은 끝내 녹음기를 멀리 던지지 못하고, 아들의 목소리가 담긴 기기를 가슴에 품으려 한다. 도현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젖은 컨테이너 사다리 위로 끌어올린다. 먹구름이 녹음기를 바다 쪽 빈 컨테이너 안에 떨어뜨리자, 감염자들은 그곳의 철벽을 향해 몰려간다.
방파제 중간 제어실에서는 노마진이 수동 차단기 앞에서 기다린다. 도현 일행이 창고로 돌아갈 길을 열기 위해 수문을 늦춰 달라는 무전을 보내지만, 마진은 반대편 피난 버스 대기장에 갇힌 사람들을 떠올린다. 과거 그녀는 같은 차단기를 내려 방파제 안쪽 사람들을 살렸고, 그 물이 버스들을 덮치는 것을 지켜봤다. 이번에는 같은 손으로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세린이 발전기 전력을 수문 제어선에 연결하면 창고의 철문과 난방은 모두 꺼진다. 마진은 도현에게 차단기를 내리지 않겠다고 말하는 대신, 제어실에서 경보용 철제 난간을 망치로 두드리기 시작한다. 감염자들이 창고가 아니라 제어실 쪽 방파제로 움직이도록, 자기 몸을 소리의 끝에 세운 것이다.
창고로 돌아온 도현은 열두 생존자를 구조정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이든은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세린은 자기 외투를 벗어 아이의 어깨에 감는다. 하지만 구조정의 좌석을 세자, 열두 생존자와 도현, 먹구름을 모두 태울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세린은 이든을 도현에게 떠밀며 자신이 남겠다고 한다. 도현은 그녀를 붙잡고, 과거처럼 숫자를 맞춘 뒤 누군가를 남기는 방식으로 끝내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는 구조정의 연료통과 예비 부표를 바다에 던져 무게를 줄이고, 자신은 선미 난간에 로프를 감아 선다. 먹구름은 그의 발등 위에 몸을 붙인다. 배는 정원을 넘긴 채 낮게 가라앉지만, 폭우가 밀어 넣는 역류를 타고 움직인다.
4시 정각, 수문이 열린다. 검은 바닷물이 창고 바닥을 삼키고, 컨테이너 미로의 녹음기 소리는 물속에서 끊긴다. 감염자들은 마지막으로 울린 제어실 난간을 향해 방파제를 두드리며 몰려간다. 마진은 제어실 문을 잠근 뒤, 창문으로 구조정이 방파제 끝을 벗어나는 것을 본다. 그녀는 끝까지 차단기를 내리지 않는다. 버스 대기장은 물에 잠기지 않지만, 제어실 아래 계단은 이미 바다에 사라진다.
구조정이 항내의 희미한 나트륨등 아래로 들어설 때, 도현은 선미 로프에 매달린 채 얼어붙은 손을 펴지 못한다. 세린은 이든의 산소통을 붙든 손으로 도현의 조끼를 잡아 끌어올리고, 이든은 먹구름의 젖은 목덜미를 감싼다. 뒤쪽 방파제에서는 붉은 경보등이 폭우 속에서 한 번 꺼진다. 도현은 구조된 사람들의 이름을 묻기 전에, 마진의 이름부터 무전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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