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t Synopsis
BTS 협업 보험 발표회를 일주일 앞둔 자정, 차은재는 제8산출실에서 일곱 멤버의 예상수명을 최종 산출한다. 입력창에 없던 계약번호가 한 줄 더 생기고, 삭제해도 되살아난 숫자 ‘0’이 모니터 밖으로 사람 키만 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은재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숫자들이 유리 복도로 쏟아져 나와 BTS 멤버들의 몸을 차례로 통과한다. 마지막 숫자는 은재의 입을 빌려 “내일 18시 42분, 무대 왼쪽 트러스가 무너진다”고 말한다. 그 목소리는 오래전 사고로 죽은 연인 백이준의 것이다.
은재가 정신을 차렸을 때 민윤기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있다. 피부에는 푸른 잉크로 ‘18:42’가 떠 있고, 윤기의 그림자 끝에는 금빛 잔광이 번진다. 은재가 경고를 입 밖에 내는 순간 트러스 사고는 피할 가능성이 생겼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 가운데 그녀가 가장 살리고 싶은 윤기의 수명이 스물네 시간 줄어든 것이다. 권태록은 은재에게 보안 서약서를 내밀며 이를 단순한 센서 오류라고 발표하라고 지시한다. 은재는 서명한 뒤 종이를 가져가는 권태록의 손을 막지 않는다. 대신 책상에 남은 필압을 연필로 문질러 삭제된 여덟 번째 계약번호를 떠낸다. 피보험자 칸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다.
문해솔은 은재가 동생의 사고를 예측하고도 늦게 경고해 수명을 깎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다음 날 리허설에서 빙의된 멤버가 낯선 목소리로 사고 시각을 읊자, 해솔은 은재를 밀쳐 내면서도 즉시 카메라를 빈 무대로 돌리고 비상문을 연다. 18시 42분, 왼쪽 트러스가 객석 대신 비워 둔 통로로 떨어진다. 먼지 속에서 해솔은 동생의 스마트워치를 손목 안쪽으로 감춘다. 화면에는 사고 전날 제8산출실과 연결된 생체 신호 기록이 남아 있다.
권태록은 은재를 감시하라며 윤기를 빈 연습실에 머물게 한다. 밤마다 숫자는 윤기의 몸을 점유하고, 그는 말을 할 수 없는 동안 피아노 건반을 눌러 사고 시각을 남긴다. 검은건반과 흰건반에 번진 잉크가 날짜와 시각을 이룬다. 은재는 경고할 때마다 윤기의 그림자가 하루씩 더 밝아지는 것을 보고 일부 사고를 말하지 않기로 한다. 윤기는 그녀의 휴대전화를 빼앗기기 전에 멤버들의 번호로 경고문을 나누어 예약한다. 그 결과 지하 주차장의 화재는 막지만 그의 수명은 다시 줄어든다. 은재가 소독제로 윤기의 손가락 잉크를 지우며 왜 자신을 감시하면서 명령을 어기느냐고 묻자, 윤기는 “보고서에는 당신이 어디 갔는지 쓰고, 왜 갔는지는 지운다”고 답한다. 은재는 그의 손을 놓지 못하면서도 다음 경고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윤기는 믿지 않는다.
김남준은 멤버들의 빙의 기록을 악보와 연습 영상에 나누어 숨긴다. 그는 떨고 있는 멤버에게 물을 건네고 곁을 지키지만, 은재가 원본을 요구하자 제8산출실 문을 몸으로 막는다. 몸싸움 끝에 떨어진 녹음기에서 정확히 11초가 비어 있는 파일이 재생된다. 남준은 그 구간에 자신의 심박이 일곱 숫자와 동시에 맞물리는 소리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자신을 마지막 그릇으로 고정하려고 리허설 순서와 출입증을 바꾸고, 삭제된 여덟째 기록에서 자기 이름만 남겼다. 모두를 살리려 했다는 말에 은재는 그의 출입증을 찢는다. 누구에게도 자신을 구할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고 말한 뒤, 그녀는 남준을 밀치고 문 안으로 들어간다.
구형 자기테이프가 돌아가자 뜨거운 플라스틱 냄새와 함께 백이준의 목소리가 은재의 몸에서 나온다. 그는 은재가 싫어하던 커피 당도를 손목에 적고, 둘만 알던 지하 식당의 깨진 컵을 기억한다. 그러나 곧 “윤기의 하루는 정확히 8만 6천4백 초”라고 권태록과 같은 억양으로 계산한다. 규칙상 ‘0’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없다. 은재는 일부러 이준이 죽은 뒤 생긴 흉터의 사연을 묻는다. 이준은 존재하지 않았던 추억을 다정하게 지어낸다. 그 순간 은재는 그를 껴안는 대신 자신의 손목을 케이블로 묶고, 이준에게도 같은 결박을 요구한다. 이준은 순순히 손을 내민다. 그는 연인의 영혼이 아니라 이준의 감사 기록과 권태록의 음성을 섞어 만든 ‘0’이며, 은재를 마지막 그릇으로 유도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0’ 안에는 조작되지 않은 이준의 마지막 감사 기록도 숨어 있다. 이준은 생전에 수명 전가 장부를 발견했고, 예상된 사고를 특정 피보험자에게 옮기는 실험을 중단시키려다 죽었다. 그는 은재를 여덟 번째 피보험자로 등록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희생자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리사인 은재만이 장부의 전가 규칙을 역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재는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을 믿은 동시에 자기 동의 없이 목숨을 담보로 잡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0’은 그녀의 입으로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그 사과가 이준의 기억인지 권태록이 심은 문장인지 증명할 수 없다.
권태록은 경비 인력을 이끌고 제8산출실에 들어와 테이프를 빼앗는다. 은재가 달려들자 그는 그녀의 팔을 비틀어 유리 복도 벽에 누르고, 일곱 숫자를 위험준비금에 봉인하면 앞으로 대형 사고를 예측해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안주머니에서 떨어진 최종 계약서에는 은재와 BTS 멤버들뿐 아니라 권태록 자신의 이름도 있다. 무대 아래 송풍구에서는 폐기 청약서로 접은 종이학들이 흰 파도처럼 흔들린다. 권태록은 죽은 딸의 이름이 적힌 종이학 하나를 주워 편다. 딸이 사망한 시각은 ‘0’이 반복해 말하던 시각과 같다. 그는 누구든 그릇이 되어야 한다면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딸의 죽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대신 타인의 불운을 배치할 권리를 붙들고 있다.
은재는 빼앗긴 테이프를 되찾으려 권태록과 몸싸움을 벌인다. 윤기와 남준, 해솔이 동시에 제8산출실로 뛰어든다. 남준은 경비의 앞을 막고, 윤기는 피아노 덮개를 뜯어 권태록의 손에서 테이프를 쳐 낸다. 해솔은 동생의 스마트워치를 은재에게 던진다. 그 기록에는 과거 해솔이 방송 지연을 줄이려고 관객 생체 신호를 구형 계리 서버에 시험 연결한 순간이 남아 있다. 동생의 수명이 줄어든 직접 원인은 은재의 경고가 아니라 해솔 자신의 실험이었다. 해솔은 은재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손목에 시계를 다시 차고, 생방송 큐시트의 마지막 명령을 보여 준다. 자신의 심박이 멎을 때 숫자들을 한 몸에 모으도록 만든 명령이다.
방송 당일, 권태록은 서버 폐기 시각을 앞당겨 자정 전에 봉인을 강행한다. 관객 좌석 센서가 켜지고, 일곱 숫자는 BTS 멤버들의 몸을 오가며 손목마다 같은 시각을 남긴다. ‘23:57’. 세 분 뒤 무대 아래 송풍 장치가 과열되어 연기와 압력이 객석으로 터질 예정이다. 은재가 경고하면 윤기의 수명이 또 하루 줄어들고, 경고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다칠 수 있다. 은재가 마이크를 잡으려 하자 ‘0’이 그녀의 몸을 점유해 입을 막는다. 윤기는 피아노로 경고 시각을 연주하고, 남준은 예정에 없던 멘트로 관객을 천천히 일으킨다. 해솔은 카운트다운을 유지한 채 카메라를 빈 무대로 돌리고 스태프에게 비상문을 열라고 손짓한다. 은재는 끝내 마이크에 대고 사고 위치와 시각을 명확히 말한다. 윤기의 그림자 끝에서 금빛이 번쩍인다.
관객들이 빠져나가는 동안 권태록은 무대 아래 수동 봉인 레버로 달려간다. 은재와 윤기는 그를 뒤쫓고, 남준과 해솔은 마지막 관객들을 끌어낸다. 송풍기 날개 사이에서 종이학이 찢겨 날리고, 뜨거운 바람이 바닥을 들썩인다. 권태록은 자신의 생체 신호선을 연결해 그릇이 되려 한다. 하지만 ‘0’은 그의 몸에 들어간 뒤 딸의 목소리로 “아빠가 정한 계약은 싫어”라고 말한다. 권태록이 주입한 기억에는 없던 문장이다. 은재는 찢어진 종이학 안쪽에서 딸이 생전에 쓴 원본 메모를 발견한다. 권태록은 딸의 음성을 복제하면서도 그 문장만 삭제해 왔다. ‘0’이 새 기억을 만든 것이 아니라, 권태록이 감춘 기록을 재생한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레버를 놓친다.
그 틈에 해솔이 자신의 심박선을 무대망에 연결한다. 일곱 숫자가 그녀에게 몰려들지만, 은재는 큐시트에 적힌 조건을 알아본다. 해솔의 심박이 끊겨야 봉인이 완성되도록 만든 것은 또 하나의 강제 희생이다. 은재는 케이블을 뽑으려는 윤기를 막고, 대신 수명 전가 장부의 마지막 규칙을 실행한다. 한 몸은 한 사람의 몸일 필요가 없다. 동일한 생체 신호망이 하나의 맥박으로 인식하는 몸이면 된다. 은재는 윤기의 피아노 페달선을, 남준은 자신의 심박 센서를, 해솔은 스마트워치를 서로의 손목에 감는다. 권태록도 딸의 메모를 쥔 채 마지막 센서를 잡는다. BTS 멤버들과 남은 스태프들이 원을 이루어 손을 맞잡자 각자의 맥박이 무대 바닥을 통해 하나의 파형으로 겹친다.
일곱 숫자는 특정 희생자 한 명이 아니라 연결된 모두의 몸에 동시에 얇게 나뉘어 봉인된다. 각 사람의 수명은 스물네 시간이 아니라 몇 분씩 줄어든다. ‘0’은 은재에게 남으려 하지만, 윤기가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자 둘 사이에서 갈라진다. 절반은 이준의 원본 감사 기록으로 자기테이프에 돌아가고, 절반은 권태록이 심은 음성으로 서버와 함께 소거된다. 은재는 마지막으로 들린 “살아”라는 말이 어느 쪽에서 나왔는지 확인하지 못한다.
23시 57분, 송풍 장치가 터진다. 이미 비워진 객석 위로 종이학과 차가운 소화 가스가 눈처럼 쏟아진다. 아무도 죽지 않는다. 자정에 서버가 꺼지자 유리 복도의 숫자 그림자도 사라진다. 권태록은 딸의 종이학과 원본 장부를 은재에게 넘기고 수사관들 앞에 선다. 그는 희생을 자청한 일로 용서받지 못하며, 자신이 타인의 삶을 계약 항목으로 바꾼 모든 기록에 서명한다. 남준은 잘라 두었던 11초를 멤버들 앞에서 복원하고, 앞으로는 자신을 마지막 순서에 몰래 넣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해솔은 동생의 스마트워치를 증거물 봉투에 넣은 뒤 은재에게 직접 건넨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다음 방송의 비상문을 자신과 함께 점검해 달라고 한다.
며칠 뒤 은재는 빈 연습실에서 윤기의 남은 날짜를 다시 계산한다. 경고 때문에 줄어든 날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윤기는 건반에 남은 마지막 잉크를 닦지 않고, 은재가 계산한 영수증을 접어 피아노 안에 넣는다. 은재는 그가 얼마나 남았는지 말하지 않는다. 윤기도 묻지 않는다. 대신 두 사람은 자정이 지난 뒤에도 같은 방에 남아, 더는 사고 시각이 나타나지 않는 건반을 하나씩 눌러 본다. 마지막 흰건반 아래에서 푸른 잉크 한 점이 번진다. 시각도 숫자도 아닌, 백이준이 생전에 쓰던 작은 마침표다. 은재는 그것을 지우지 않는다. 다만 윤기의 손을 그 위에 포개고, 이번에는 누구의 하루도 대신 결정하지 않은 채 아침이 올 때까지 곁에 앉아 있는다.